북한 김정은이 1일 오전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사 발표는 김일성 생전 마지막 해인 1994년 이후 19년 만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당의 두리(주위)에 굳게 뭉쳐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인민군 장병과 인민에게 새해의 따뜻한 인사를 드린다”며 “온 나라 모든 가정들에 화목과 더 큰 행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중앙TV는 이날 신년사 발표에 대해 ‘실황중계’라고 밝히지 않아 녹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방송 중간에 노동당 청사 사진이 삽입돼 당 청사 내 노동당 간부들 앞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일성은 집무실이 있었던 금수산의사당(現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매년 신년사를 발표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가된 지 1여년 밖에 안 된 김정은이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한 것은 과거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그동안 헤어스타일과 복장,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등을 통해 ‘김일성 따라하기’ 프로파간다를 진행해왔다.
한 고위 탈북자는 “현재 북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사회 불안요소를 김일성에 대한 후광을 이용해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면서 “특히 김정은은 육성 공개로 주민들에게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도 “과거 김일성은 TV에 나와 직접 주민들에게 지난해의 성과와 올해의 목표 등을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의 기억속에 신년사는 김일성의 신년사로 기억된다”면서 “김정은은 김일성과 닮았고 언변이나 풍채가 김정일보다 좋기 때문에 장성택, 김경희를 비롯한 중앙당 선전간부들이 김일성을 차용한 프로파간다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이번 신년사를 발표함에 따라 18년 동안 발표해온 신년공동사설은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년사 내용 대부분이 과거 신년공동사설과 같은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 탈북자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면서 이듬해 신년사를 김정일이 발표했어야 했지만 김정일은 은둔형으로 자신의 육성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신년사가 신년공동사설로 대체돼 왔다”면서 “이번에 김정은 육성으로 신년사가 발표된 만큼 별도의 신년공동사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