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 소식이 입소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인간이 아니다”는 김정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선 말레이시아가 북한 측에 김정남 시신과 용의자들을 넘기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고모부 장성택에 이어 이복형 김정남까지 살해한 김정은에 대해 반감을 품는 주민이 늘어나는 등 사건 후과(後果)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남 사건에 이어 지금까지 베일 속에 감춰있던 그(김정은)의 가정사까지 거론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며 “이전에는 (김정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일반 주민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소문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김 씨 가문을 가리켜 ‘역대 최악의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난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체제가 철저히 감춰왔던 ‘김정은 가계도’가 이번 사건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면서 비난꺼리도 전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고모부(장성택)가 처형당할 때까지만 해도 친 혈육이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복형을 살해했다는 말엔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며 환멸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라며 혀를 차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이 사건의 주범을 ‘북한 당국’이라고 인지하면서 급기야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직접 비난하자, 북한 당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교(華僑)나 무역일꾼들의 입과 휴대전화를 통해 알려진 사건의 전말이 시장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대대적 입단속에 나섰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앙당에서는 어떻게 하면 주민들 관심을 딴 데로 돌릴 수 있을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도, 시, 군 당 위원회 간부들은 공장기업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매일같이 ‘유언비어 들은 거 있으면 다 적어내라’는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김정남 사건에 대해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공포심을 주면서 소문 유포를 못 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를 통해서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서도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서는 “조선(북한) 측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암살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