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의 카드섹션 부분에 청소년 약 2만여 명이 동원됐다고 북한 매체가 밝혔다.
북한 선전매체 서광은 지난 9일 ‘조선(북한)의 모습의 축소판 배경대(카드섹션)’라는 기사를 통해 “조선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의 배경대에는 총 1만 7490여 명의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과정) 학생이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경대는 공연장 스탠드에서 카드섹션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배경대에 동원된 학생들은 ‘작도’로 불리는 10kg 내외의 책을 들고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책자를 넘겨야 한다.
매체는 “배경대 참가자들은 15~16살 안팎의 고급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다”며 “배경대가 입장하는 시간부터 퇴장 시간까지 총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생동감 있는 카드섹션을 표현하기 위해 학생들 간의 간격을 매우 좁게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스탠드에 한 번 자리 잡으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복잡한 지시를 잘 따르면서도 몸집이 크지 않은 청소년들을 배경대로 동원하고 있다.
또한, 배경대가 사용하는 배경책은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쪽무이(여러 가지 색깔의 조각들을 모아 붙인 공예품) 형식의 그림과 글자들을 배경책에 붙이는 색지 작업이 가장 품이 많이 든다”며 “이번에는 공연 준비 기간이 짧은 것으로 하여 지난 기간에는 하루에 10 카트(컷)씩 하던 것을 하루에 30 카트씩 색지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공연 준비 기간이 짧다고 언급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단체조를 관람 후 내용 수정을 지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PT)는 지난달 5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이 오는 10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며 “개막 공연에 대한 김정은의 불만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공연은 중단 20여 일만인 지난달 24일에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수정, 책자 디자인 변경, 연습기간 등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단 며칠 만에 배경책을 새롭게 만들어야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상당히 과중한 과업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북한의 집단체조 준비는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광은 집단체조 배경대를 두고 북한의 단결된 모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매체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신호에 2만여 명의 학생들이 하나같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마 단결된 조선이기에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2만여 명이 하나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이 스스로 아동 인권 침해, 학대하고 있다고 고백한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북한의 대집단체조가 단기간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면서 아동의 휴식과 여가를 즐길 권리, 교육 방해나 건강에 해로운 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북한은 1990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