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간부들에게 미국 측에 영변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순차적’ 핵미사일 폐기 방안을 제시하고, ‘대북 제재 해제’를 받아내겠다는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미국 측이 그동안 지속 강조해온 ‘일괄 타결’에는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9일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경 중앙당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하달한 방침을 통해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에서 3가지 과업을 달성해, 위대한 대원수님들(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담에서 북한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업으로 ▲전면적 경제봉쇄(대북 제재) 해제 ▲단계적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공화국(북한)의 의지 과시 ▲순차적 검증 방안 및 개년 계획 수립을 제시했다.
즉 대북 제재 완화를 첫 번째 목표로 두면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 강조 및 ‘순차적 폐기 및 검증’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을 간부들에게 사전에 설명했던 셈이다.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경제봉쇄 해제를 위하여 미국에 영변과 (신포) 금호지구에 대한 검증을 승인하고 구체적인 실무협상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렇게만 하면 상황이 우리(북한)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금호지구란 함경남도에 위치한 핵시설로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따라 사실상 한국이 지어주던 ‘경수로’가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곳은 용도 폐기된 핵시설이라고 말한다. 또한 영변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폐쇄는 의미가 있지만, 핵심 시설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과 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영변 이외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핵시설을 발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및 검증은 물론 비핵화 인식 차이가 이번 회담 결렬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관측도 가능해 보인다. 즉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된 ‘영변’만을 내세우려고 했던 북한과 핵물질의 보관 장소, 핵무기 제조 공장, 운반 수단 등 전 과정의 폐기를 강조했던 미국과의 인식 차이가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간부들에게 핵개발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핵포기 불가’를 시사하면서도 내부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 앞에 우리 공화국의 핵개발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자위적 방위를 위한 조치라는 점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번 조미수뇌상봉은 주권국가로써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우리 당과 정부의 거대한 결단임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