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보통강 공사’로 지도역량 과시 나서








▲조선중앙방송은 12일 평양 보통강 바닥파기와 호안(護岸)공사 장면을 내보냈다./사진=연합

북한 선전매체가 최근 역점을 두고 선전하는 평양 보통강 정비공사는 김정은이 선대(先代)와 달리 주민 생활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과 경제분야에서 내각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설사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지시로 시작된 ‘보통강 정리공사’는 평양시에서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하천 정비 사업의 일환이다. 노동신문은 12일 보통강 정리공사와 관련 현영철 총참모장 등이 참석한 군인궐기모임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이틀 후에는 최영림 내각총리가 공사현장을 찾아 현지요해(시찰)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공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원수님의 웅대한 구상’이라고 밝혔다. 매체선전과 현장사진을 통해 인민군과 장비가 대거 투입된 정황도 드러난다. 평양방송은 15일 “감탕(진흙) 제거가 이미 60% 계선을 넘어섰다”며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영림 내각 총리가 현장을 방문해 군의 헌신적인 투쟁을 촉구하고 오수정화 사업과 주변관리 대책 등을 지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경제 분야에서 내각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평양 출신 탈북자 김기철(가명) 씨는 “보통강은 그 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적물이 많이 쌓여 냄새가 고약했다”면서 “이러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면서 김일성-김정일의 영도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인민무력부가 맡아 수행하는 공사장에 내각총리가 현장을 찾아 공사를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토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것은 군부대가 공사를 전적으로 맡아 하지만 내각이 경제사업에 대한 계획과 지도를 총괄한다는 새로운 경제 관리체계 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통강은 평양시 형제산구역의 북쪽 상류에서 시작해 서평양지구인 서성구역, 모란봉구역, 보통강구역을 거쳐 평천구역과 만경대구역의 경계 사이에서 대동강과 합류하는 55.2㎞의 하천이다.


보통강은 1940년대까지 작은 홍수에도 강물이 범람해 이 지역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재난의 강’ ‘눈물의 강’이라 불렸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5월 21일 김일성은 ‘보통강 개수공사’를 역점사업으로 제안, 이곳에 나와 공사의 첫 삽을 뜨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전역(全域)에 있는 ‘김일성 혁명역사 연구실’에 ‘보통강 개수공사에서 첫 삽을 뜨시는 김일성 동지’라는 사진을 걸어 놓고 북한 주민들에게 그의 ‘인민애’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또한 공사가 한창 때 부인 김정숙은 4살짜리 어린 김정일을 데리고 나와 건설노동자들의 일손을 거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수공사 25주년을 기념하던 1971년에는 봉화산 언덕에 13m 높이의 ‘보통강 개수공사 기념탑’을 세웠다. 2006년에는 ‘보통강 개수공사60돌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70년대에 들어서 김정일은 보통강구역에 대규모(보통강 기슭에서 상강호에 이르는 10km구간) 유원지를 건설했다. 이곳에는 수영장, 스케이트장, 작은 동물원을 비롯해 평양체육관, 빙상관, 청유관(대규모 식당) 등을 건설하고 보통강이 ‘낙원의 강’ ‘행복의 강’으로 변했다고 크게 선전했다. 


또한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전 홍수피해가 극심해 ‘눈물의 토성랑’이라 불리던 마을의 모습과 김일성 집권 후 치수 작업이 완료돼 피해가 사라진 모습을 비교한 기록영화 ‘보통강변에 깃든 전설’을 제작해 김 씨 일가의 업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보강 공사가 중단돼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했고, 장마철이면 강물이 범람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주민들은 보통강을 ‘보똥강’이라 부를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하천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김정은은 이번 보강공사 추진 결정을 통해 자신이 김정일 시대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씨는 “당시 평양에는 ‘대동강 보수사업소’를 비롯한 강 하천 정비사업소가 있었지만 전기와 연료부족, 설비노후로 노동자들은 쪽배를 이용해 물위 떠다니는 부유물 수거만 했다”면서 “이번 보통강 정비 공사는 김정일 때 못한 사업을 김정은 시대에는 한다는 점을 보여줘 주민들에게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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