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영장 없이 가택수색 하지 마라’는 북한 김정은의 지시가 인민보안성(우리의 경찰)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시에 진행되는 가택수색에서 노골적 뇌물을 종용하는 횡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2월 초에 우(위)에서 이런 방침이 내려왔다”면서 “보안원들 횡포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모아지면서 관련 제의서가 올라갔고 이달 초 원수님(김정은)의 방침이 하달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그동안 보안원들은 불법행위 검열을 구실로 영장 없이 가택수색을 했고, 이를 빌미로 꼬투리를 잡아 금품 갈취를 일삼아 왔었다”면서 “이 같은 지시 이후 이제는 조금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침 이후 보안원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면서 “길거리와 동네 마을 어귀에 늘어서서 눈을 부라리며 감옥을 연상케 하던 보안원들과 규찰대(보안부 소속 민간인 단속원)들이 좀 없어진 것 같다. 짐 수색하는 것도 줄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사회 치안’을 담당하는 인민보안성에 김정은의 이 같은 지시가 하달된 것은 통제와 감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70일 전투에 이은 200일 전투 등의 노력동원, 함경북도 수해 피해 등 체제 내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보안원들의 수탈까지 가중되자 민심 이반이 곳곳에서 목격됐고 김정은이 이를 체제 ‘불안 요소’로 봤을 것이란 지적이다.
소식통은 “보안원들은 인민의 생명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가 아니라 인민들의 피와 땀을 빨아 먹는 흡혈귀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면서 “보안원들의 횡포에도 당(黨)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안원들에게 ‘당과 대중을 이탈시키는 반혁명적 행위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말부터 12월 초 사이 북한 전역에서 산발적이지만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체제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은 14일, 양강도 보천군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최근 김정은을 비난하는 전단과 낙서가 각각 발견됐다고 전했고, 데일리NK도 16일 회령시 남문동에서 ‘김정은 타도’ ‘김정은을 처단하자’는 글이 적힌 5천 원짜리 지폐 수십 장이 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1일 데일리NK에 “어쨌든 김정은이 표방하는 것이 인민·애민정치이다. 주민들을 억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이어 “국가보위성이 북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면책권이 주어질 것”이라면서도 “인민보안성까지 주민들을 억압하고 수탈하면 오히려 반작용이 일어나니까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직분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보안원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결국엔 ‘보여주기 식 방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맹수와 같이 달려들면서 뇌물로 먹고 사는 ‘오빠시’(땅벌의 일본어식 방언-보통 악질 보안원을 지칭) 같은 보안원이 당 방침을 끝까지 사수하겠나”라면서 “주민들을 쥐어짜는데 익숙해진 그들이 언제 또다시 본색을 드러낼지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