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최근 방한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작 내부에는 “대화할 생각 없다”는 내용의 친필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고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22일 간부들에게 전달된 김영철 관련한 (김정은) 친필 지시문에서는 외부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강조됐다”면서 “다름이 아니라 ‘미제(미국)와는 대화하고픈 생각도 없고, 남조선(한국)도 중계자 역할을 할 게 아니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시문에는 ‘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용납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도 언급됐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강조해온 ‘핵포기 불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른 기강 해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바탕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지시문에는 또 ‘신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며 “‘세계는 우리 조선(북한)을 중심으로 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밖으로는 대화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이 압박하면 한국에서 아무리 도와주려고 해도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는 있는 것 같다”면서 “핵 동결하는 척만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받겠다는 점도 읽혀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시문에는 김영철 한국 파견 이유에 대해 ‘우호 세력과 비우호 세력 가르기’ ‘남남갈등 유발’ ‘한국 정부 진정성 시험’ 등으로 나눠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진보 세력‧정치인들을 우리 민족의 편으로 만들고 올 것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렇지 않은 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남조선 정부가 일관성 있게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재차 확인해 보겠다는 점도 강조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김영철은 ‘제2의 오진우’라는 평가도 지시문에 들어가 있다”면서 “선대(先代)에 절대 복종했던 충신에 비유된다는 점을 강조해,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한국 파견에 우려를 없애보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