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뚱뚱하고 돼지 같지만 체육을 좋아하는 사람”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뉴스를 전문가와 함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집중분석’ 시간입니다. 북한이 남북한 체육교류의 빗장을 푸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9일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맞대결을 벌이는가하면 남북이 국제대회를 여는 것을 협의 중이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는데요. 11일 이 시간에는 남북스포츠교류에 대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나오셨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1. 남북이 지난 1일부터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 후 첫 남북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요. 남북 체육은 언제부터 교류하기 시작한 것인가요?

남북체육교류는 1990년에 시작됐습니다만 그전에도 몇 차례 기회가 있었어요. 특히 1964년 10월 동경올림픽이 열렸었는데 이때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이후 많은 회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결렬되고 말았죠. 그래서 안타깝게도 남북단일팀이 구성이 안됐습니다. 다만 그때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북한에 신금단이라는 여자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아버지가 신문준 씨인데 이 사람이 남한에 살고 있었어요. 이 부녀가 14년 만에 짧은 상봉을 하는 사건이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 TV를 통해 본 기억으로는 (신금단 부녀가) 전화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게 좋은 기회였지만 잘되진 않았습니다. 그 뒤에 86년 아시안게임이라든가 88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구성을 위한 여러 회담이 있었지만 결국은 성사되지 못하고 1988년에 있었던 서울 올림픽에도 북한은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회담이 있었죠. 그때도 마찬가지로 다 결렬되고 결국 1990년 최초로 남북고위급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 체육 회담이 열리는 바람에 경평축구가 한번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일제시기에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했던 경평축구가 있었어요. 그러나 분단되면서 이것은 완전히 중지가 됐고 1990년 9월에 분단이후 처음으로 경평축구가 열렸던 것입니다.

2. 체육 경기 중에 남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축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90년 당시 경평축구대회가 부활해서, 그해 10월 남북의 축구선수들은 평양의 5·1경기장과 서울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오가며 축구경기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그 외에도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한 적도 있었다고 하던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88년 88올림픽에 북한이 불참함으로써 단일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에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1991년에 남북탁구단일팀이 구성됐습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세계 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었는데 이때 남북단일팀이 출전해서 여자 단체가 우승을 했고, 개인 단식 우승, 또 남자 개인단식 3위, 혼합단식 3위의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때 유명한 선수가 남측 여선수인 현정화선수와 북측 여선수 리분희 선수가 단일팀을 이뤄 여자 단체전 우승을 했었죠. 지금도 현정화 선수와 리분희 선수는 상당히 상대를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가끔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있었는데 이때 남북단일팀이 구성돼서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사실 그 후로는 단일팀 구성이 없었습니다.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의가 있긴 했었지만 무산이 됐고 다만 공동입장 형식으로 남북한이 체육교류협력을 하는 모습은 보였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했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인천아시안육상경기대회, 2005년 마카오동아시아경기대회,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등의 많은 경기에서 공동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 이런 모습을 보면 남북관계에서 체육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봐야 할까요?

단일팀 내지는 공동입장이 그런대로 이루어졌던 때는 주로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에 일입니다. 남북관계가 상당히 좋았을 때는 체육교류협력도 가능했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타협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문화교류와 체육도 탄력을 받았다고 봅니다. 또 사회문화교류협력이 잘됐기 때문에 남북 간 화해에 기여를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치적·군사적인 화해협력이랄까. 어느 정도 서로의 신뢰가 형성됐을 때 체육교류를 비롯한 비정치적인 분야에 교류협력도 활성화된다고 하는 것이 그 증거인 것입니다.

4. 이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조롭던 남북 스포츠교류는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단절됐는데요.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완전히 중단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악화됐습니다. 특히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을 갔던 박왕자 씨가 피격이 됐었죠. 물론 피격직전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가 10년간 너무 북한을 너무 잘못 길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바로잡아야 된다, 정상화시켜야 된다는 그런 입장이었기 때문에 대북정책에 대해서 좀 더 강경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 북한은 굉장히 반발을 하게 됐고, 이제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경색되는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죠. 근데 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은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 입니다. 이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죠. 그래서 5월22일 날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를 하고, 여기에 대해서 통일부는 남북관계 전반을 중지시키는 5·24조치를 실시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북관계 경색은 경제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까지 나빠지는 상황으로 됐고 국제 경기대회라든가 스포츠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5. 또한 최근 모습을 보면 남북 체육 교류는 미지근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올해 광주에서 개최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는 선수단까지 파견하지 않았었는데요. 현 상황에서 남북체육 교류를 막는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당국 간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국 간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역시 상대방에 대한 불신, 신뢰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한이 그동안 남북 간에 합의했던 6·15공동선언을 지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남한에서는 그것뿐 아니라 91년에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포함한 모든 남북 간 합의를 잘 지켜야 되는데 북한이 그것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서로 대치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남북 간 당국대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 간 통일 문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통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죠.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이기려고 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체육뿐 아니라 문화나 인도적 차원, 이산가족 상봉문제까지도 정치적인 문제로 연결이 돼 버려요. 정치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다보니 문화교류처럼 어떤 것도 잘 안 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장애물이라고 한다면 남북 간에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심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지 않나라고 생각됩니다. 

6. 여기서 잠깐 북한 체육의 실태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 체육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북한 체육의 최근 성적과 강점, 그에 따른 발전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시나요?

북한 체육이 굉장히 강하죠. 축구 같은 것도 강하고 옛날에는 복싱도 상당히 강했습니다. 강한 이유는 국가적 차원에서 체육이 발전과 육성에 매우 많은 공을 들인다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 체육은 국가 체육이고 나아가서는 국방체육입니다. 체력이 강해야 국방력도 강화된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놀이나 레저로 체육을 하는 게 아니라 국방력 강화차원에서 체육을 육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체육을 하면서도 항상 적을 생각하는 식으로 훈련을 시킵니다. 상대방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 그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라는 훈련방식으로 체육을 육성시키기 때문에 상당히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북한에서는 보통 이것을 엘리트체육이라고 하죠. 아주 잘한 사람만 뽑아서 국가가 전적으로 육성시키는 체육을 시키기 때문에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여 집니다. 왜냐하면 잘하는 사람만 뽑아서 체육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서구사회가 국방체육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체육 강국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하나의 놀이로써 체육을 육성시키기 때문인 것이죠. 자유스럽게 하고 싶은 사람만 열심히 하도록 하고 또 거기에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든가 어린 사람들을 뽑아서 국가대표로 육성하는 거죠. 그러니까 선진국은 사회체육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체육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뽑고 또 자기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체육이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인데 북한은 국가체육, 엘리트체육이다 보니까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그렇게 보여 집니다. 

7. 특히 김정은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했고, 지난 4월 28일에는 전국 모든 도에 체육대학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체육 강국’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예술과 문화에 투자했던 김정일과 달리 체육을 집중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개인적 취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체육을 좋아합니다. 특히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죠. 그런데 김정일은 굉장히 정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김정은은 지금 뚱뚱하고 돼지라고 하는 몇 가지 표현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체육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그런 취향이 있고 두 번째로는 정치적인 이유가 분명 있죠. 그동안 김정일 시대에 북한 주민들이 너무 억눌려서 살았기 때문에 사회가 너무 어둡다 그래서 좀 더 밝은 사회를 만들자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체육이라든가 문화에 북한주민들이 시선을 돌리도록 하는 것이죠. 보통 정치학에서는 3S정책이라고 합니다. 3가지 S 스포츠, 스크린, 섹스인데 김정은은 스포츠에, 김정일은 스크린인 영화나 예술에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면 김정은은 스포츠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롤러스케이트장이라든가 스키장을 만든 것이죠.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긴 하지만 어쨌든 북한 주민들이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또 김정은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과시하고 선전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를 조금 더 다양화하기 위해서 스포츠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8. 북한 김정은이 체육 교류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김정은은 체육을 굉장히 강화시키고 관심도 많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우리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정치적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만 가지고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관심분야가 체육이기 때문에 체육교류협력을 활성화시켜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적개심을 완화시키는 그런 정책을 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선수를 교류한다든가 지도자를 교류한다든가 국제 경기에서 단일팀출전을 다시 한 번 추진한다든가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 과거, 국제대회에서 남북공동입장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상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남북체육교류를 통한 화합의 모습, 기대해도 될까요?

그것 역시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돼있습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2011년 북한의 IOC위원인 장웅 위원이 2018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거든요. 또 아시다시피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원산에 있는 마식령 스키장이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내서 거의 1년 만인 2013년 12월31일 날 스키장을 완공했습니다. 스키장에는 스키를 탈 수 있는 슬로프도 10개정도 만들었습니다. 공식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이라든가 마식령스키장을 연계하는 연계관광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평창 동계올림픽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싶어 하는 그런 생각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쉽지는 않겠지만 만약 공동개최를 한다면 남북한 화해협력과 통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0. 국제사회에서 스포츠 교류와 협력은 정치·외교적 관계가 꽉 막혀 있을 때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남북체육교류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관계가 탁구외교를 통해 개선된 적이 있거든요. 1971년 4월 달에 미국의 탁구팀이 북경에 예고도 없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탁구 경기를 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1971년 6월 10일 당시 닉슨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무역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1972년 2월 달에는 당시 키신저 국무장관이 방문해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하게 개선되는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체육이 정치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경평축구를 다시 부활시킨다든가 여러 가지 체육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많이 만들어 그것을 통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통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1. 한반도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 체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체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체육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즐기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죠. 그래서 IOC도 있고 올림픽도 있고 각종 국제적 기구들이 있습니다. 이념과 정치를 떠나서 체육을 통해 선수들끼리 부대끼면서 서로의 우정을 나누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현재 남북한이 너무 이념적으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체육을 통해서 남북이 하나 되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증오심을 최소화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축구선수 중에 정대세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 선수는 북한국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삼성에 와서 축구선수로도 활략했었거든요. 북한에도 유명축구선수들이 많아요. 단적인 예지만 이런 사람들이 우리 한국 K리그에 와서 뛴다고 한다면 남북이 하나가 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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