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10월 10일 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일반 주민들에게 ‘술과 기름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전국적으로 내렸다. 주민들에게 8일과 9일 양일간 술과 기름이 실제 공급되면 노동당 창건 60주년 이후 5년만에 이뤄진 전국적인 명절공급에 해당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가 경제가 전면적인 그로기 상태에 빠져들면서 김정일의 선물정치는 고위 간부들에 제한돼 왔다. 통상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나가던 공급 마저 주민들에게는 생략된 처지였다. 유치원과 소학교 학생들에게만 과자봉지를 제공해왔다.
북한 당국은 이번 당 창건 65주년을 기념해 일반 주민들에 대한 술, 기름 공급 외에도 소위 정권을 떠 받치고 있는 핵심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가족들에게는 고기와 식량을 추가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9월부터 지역에서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돼지 납부 운동이 진행됐는데 결국은 보안기관 간부 가족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세대다 200g 가량의 고기가 지급될 예정인데 보안서 말단 간부들까지 명절상을 차리게 돼 반기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한 “식량은 가족 수에 맞게 공급했다(당창건 기념일 하루만 흰쌀, 나머지19일분은 옥수수)”면서 “군수품 공장(2경제)은 15일분(잡곡)으로 일제히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간부들에게도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에 대한 배급은 불규칙했다.
소식통은 “이번 간부 공급은 예정에 없었는데 6일에 진행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의 결의 모임이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평양 출신 한 탈북자는 “보안기관을 중심으로 명절 공급을 한 것은 김정은 후계 계승을 위해 불순자를 색출, 유언비어 차단, 혼란 책동 방지에 매진하라는 일종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선물을 돌리는 이유는 선물을 줌으로써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하고, 받는 사람에게 ‘장군님의 특별한 은혜’에 감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에게는 ‘유치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수령제 북한사회에서는 오래된 관례다.
‘아리랑’ 공연 참가자나 전국적인 대회(선전일꾼, 조직일꾼, 여맹 등 분야별) 참가자들에게 TV 등 선물을 돌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구공산권 사회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김정일의 선물정치는 유독 심하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이외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물을 돌릴 수 없게 돼있다.
이번 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명절공급이 진행된 것은 주민들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기쁘게 받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등장과 함께 5년 만에 전국적인 명절공급이 진행된 것은 향후 김정은의 선물정치가 간부와 주민을 대상으로 본격화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