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 5월 13일>
지난 11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580군부대 산하 ‘7월18일소목장’과 안변양어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무려 3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풀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에 삐쩍 마른 여러 마리 소들을 배경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사진도 찍어가며 목장 건설과 관리운영에서 나서는 가르침을 줬다는 겁니다. 소나 양어에 대해 꼬물만한 상식도 없는 김정은이 이렇게 목장과 양어장을 찾아가 품종 개량과 증산을 주문했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더더구나 목장을 둘러본 뒤에 김정은은 “새 품종인 안변소가 사료단위, 증체률 등에 있어서 경제적 효과성이 대단히 높은 우량품종”이라며 “7월18일소목장의 일꾼들·종업원들이 우리 인민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소고기를 더 많이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니 헛웃음만 나옵니다. 아니 소라고 하면 농촌에서 밭이나 논을 갈고 짐을 싣고 다니는 뜨락또르 대신으로 쓰는 짐승으로 알고 있는 북한 인민들이 더 많은데 이런 소고기를 먹여주겠다니 말이 됩니까.
북한에서 소고기를 먹어봤다면 아마도 2001년, 독일이 지원해 줬던 만8천 톤의 소고기 덕분이었습니다. 이것마저도 김정일의 선물로 둔갑되어 발전소, 탄광, 광산 사람들, 그리고 평양시민들에게만 공급됐습니다. 소고기가 어린이, 노약자, 환자들에게 전달되는지를 확인하러 갔던 독일 언론은 원산 등지의 보육원과 일반가정집을 직접 취재하는 기회를 가졌지만 연출된 각본에 따른 사진만 찍는데 불과했습니다. 매 끼마다 소고기를 먹는 김정은이겠지만 태어나 단 한 번도 소고기를 먹어보지 못하고 구경조차 하지 못한 북한 인민들이 절대 다수입니다. 게다가 협동농장 소를 몰래 잡아먹었다고 사형까지 당한 사람이 어디 한두 명입니까.
김정은이 진실로 인민생활에 관심이 있다면 인민들 말마따나 이런 곳에 싸돌아다니며 써클만 연출하는 짓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 현실에서 인민들은 소고기를 달라는 것도, 물고기를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이밥이라도 풍족하게 아이들에게 배불리 먹이는 것이 북한 어머니들의 소원입니다. 이것을 해결하자면 뭘 해야겠습니까. 개혁개방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나라를 지켜야 할 인민군대가 소목장이나 양어장을 운영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백년, 천년이 가도 그 모양 그 꼴입니다. 인민들도 다 아는 아주 간단한 이치, 김정은은 하루 빨리 깨닫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