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사령으로 ‘폭군’ 이미지 개선 노릴 것”

진행 :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노동신문이 전한 내용을 사실과 대조해서 짚어보는 시간 <노동신문 바로보기> 시간입니다. 3일 이 시간에도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북한도 다음달 1일, 특별사면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대사령’이라고 하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지금까지 대사령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등이 정주년(5년 주기로 꺾이는 해)이 되는 해에 이뤄져왔습니다. 이번에는 당 창건 70돌을 맞아서 이뤄지는 건데요. 인민위원회와 검찰, 보안부, 교화국에서 수감자들 즉 교화생들 중 사면 대상자들을 먼저 선별하고, 그 가운데서 교화 생활을 잘한 사람 위주로 선정하는 겁니다. 이것도 교화국에서 단독으로 선정하는 게 아니라 검찰, 보안부 등 심의하는 사람들이 총체적으로 논의해 진행합니다. 한편 당의 추천에 의해 사면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과실로 인해 교화소 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경우를 감안하는 것이죠.


2. 이번 사면은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기념해서 실시한 특별사면 이후 약 3년 만입니다. 김정일 생전에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사면을 실시해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의도가 짙은데, 3년 만이면 좀 오랜만에 실시되는 느낌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렇죠. 정주년이 2년에 한 번씩 돌아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사령을 2, 3년에 한 번 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만 3년이 되는 올해는 마침 당 창건일 70돌이라 대사령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아마 북한의 교화생들은 올해를 많이 기다렸을 겁니다. 그리고 교화생들의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이번 대사령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고요.


3. 북한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사면을 진행해왔는데요. 이번 같은 경우에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한 반감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조금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장성택과 현영철 처형으로 어수선해진 민심을 다독이면서, 자비로운 지도자라는 걸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정은이 집권 이후 고위층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상당히 많이 처형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장성택과 현영철을 처형한 일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주민들에게 김정은은 선대 통치자들과 비교해도 자비가 없는, 폭군과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마 김정은은 이번 대사령을 통해서 그나마 자신의 이미지가 개선되기를 바랄 겁니다. 주민들로 하여금 ‘김정은도 역대 통치자들과 다를 바 없이 대사령을 하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이미지 변화를 꾀해보려는 것이죠. 아무래도 주민들 중에는 주변에 교화를 간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이 대사령을 통해 나오게 되면 주민들 사이에서 폭군 같았던 김정은의 이미지도 조금 나아지는 효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폐쇄돼 있는 북한에서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주민들이 김정은의 선전에 따라가게 돼 있습니다. 우리가 밖에서 봤을 때는 전혀 아니다 싶은 일도 그 내부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버려 따라가게 되는 것이죠. 이게 북한 정권이 노리고 있는 것이고요.


4. 대내적으로 그렇고 대외적으로도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사면을 실시한다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유린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김정은 입장에서, 이러한 대외적인 프로파간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이제까지 대사령을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에서 크게 발표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김일성 출생 100주년 때 대사령을 실시한 건 통신을 통해 전달되긴 했지만, 신문을 통해 선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게 사실입니다. 이는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유린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사면초가에 처한 북한이, 이번 대사령을 통해 ‘우리도 정상적인 국가로서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따라간다’ ‘우리도 대사령을 통해 교화나 구치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회생의 기회를 주는 인권적 차원의 절차를 수행한다’ 이런 이미지를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공신력 있는 매체로 대사령을 선전하는 건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규탄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 기회를 빌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남한에서도 특정한 시기 체제에서 큰 변화가 있은 후 불만이 많은 사회 계층을 달래기 위해서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수를 사면시켰습니다. 김정은 또한 체제 불만 세력을 달래기 위해 가장 큰 규모의 사면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 김정은도 통 큰 사면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대사령 이후 사면된 사람들을 확인해보면 많이 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텐데요. 예상하기로는 사면 범위를 넓혀 사면자 수를 늘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은으로서는 3년간의 공포 정치로 인해 얻은 폭군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상쇄시켜야 할 테니 통 큰 사면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교화소 사람들을 더 잡아둔다고 해서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을 1, 2년 더 일찍 내보낸다고 해서 체제가 흔들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차피 보여주기 위한 사면을 이왕이면 통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6. 과감한 김정은이 이번 사면 대상을 어느 선까지 할까 궁금한데요, 그동안 관례상으론 정치범은 사면되지 않겠지만 혹시 정치범까지 사면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주로 사면 대상은 누가 될까요?


정치범 수용소에는 ‘혁명화 구역’이라고 해서, 종신형이 아니라 5년에서 10년 정도 세뇌를 받으면 다시 나올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대부분 이 구역에 있다가 탈출한 것이죠. 정치범 대상 사면은 주로 이 구역에 있는 사람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치범 사면은 거의 없었으나, 만약 이번에 실시된다면 혁명화 구역 사람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역으로 김정은이 단호하게 사면 대상에서 정치범을 아예 제외시킬 수도 있고요.


7. 주로 사회적 질서를 어기거나 불법적인 경제활동, 즉 단순 경제범으로 단련대형을 받고 수감 중이거나 나아가 교화소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들이 사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잡범’이라고 해서 여럿이서 다툰 일이나 단순 과실이 적발된 사람, 공장 내에서 자재를 훔치거나 물건을 빼돌린 사람 등이 대표적인데요. 사실 북한에서 이런 경우는 ‘잡히는 게 바보’라고 할 정도로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운이 나빠 잡히면 교화소로 가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번 대사령을 통해 교화소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 것이죠. 또 강력범들에게는 형량을 감해주는 정도로 대사령을 실시하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8. 그런데 교화생들이 신발공장, 광산 등 다양한 곳에서 노동착취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북한 최고의 제품들은 대부분 교화소에서 생산됩니다. 예를 들어 청진의 수성 교화소에서 만드는 ‘갈매기’라는 자전거가 대표적이죠. 일본산 다음으로 좋게 쳐주거든요. 또 북한 가정집에서 많이 쓰는 ‘쌍마’라는 재봉틀도 교화소에서 만드는데, 이 제품 역시 최상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보석류 중 하나인 옥을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이 또한 교화생들이 광산에서 직접 채취해 가공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옥으로 만든 단추, 담배 파이프, 재떨이, 각종 유리병 등 고급스러운 제품들도 다 교화소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못 받는다는 것입니다. 아주 악독한 착취죠.


9. 지금까지 전반적인 북한의 사면 의도와 대상 등을 들어 봤는데요, 그럼 서국장님 북한의 이러한 ‘대사면’이 어떤 절차를 통해 진행되나요?


우선 도(道) 보안국 산하 교화국에서 사면 범위를 설정한 뒤 당에 보고를 합니다. 이후 노동당  과거 행정부 기능을 하는 7과와 검찰, 인민위원회 법무과 이렇게 세 기관이 심의를 갖고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에 따라 사면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사면 범위, 사면 대상자 수를 결정하는 건 결국 김정은입니다. 교화국과 노동당 7과, 사법 기관에서 사면 대상자 명단을 보고하면 김정은이 사면 대상자 수를 확대하라든지 줄이라든지 통보를 해 결정하는 것입니다.


10.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대사면을 미리 예고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는다고 하지만 알다시피 북한은 뇌물 공화국입니다. 이번 대사면에서 돈과 힘이 있는 자들의 뇌물 고이기가 엄청 날 것 같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사기를 친 사람들이나 돈주들이 교화소에 들어가는 걸 많이 봤는데, 이들이 의외로 빨리 풀려나더군요. 8년형을 받았던 사람이 3년 만에 풀려나는 것도 봤습니다. 권력과 돈에 밀접히 연관된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이번 대사령에서도 돈, 권력과 엮여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것 같습니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교화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형을 받을 수도 있어요. 15년형을 받아야 할 범죄인데 10년형을 받는 등의 경우죠. 북한에서는 “돈만 있으면 살인범을 제외하고는 감옥에 안 갈 수도 있다”라는 말도 있어요. 아마 이번 대사령에서도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11. 북한 인민보안부는 해마다 새해 첫 날부터 4월 10일까지를 ‘100일 전투’라 해서 범죄척결 주력 기간을 설정해왔습니다. 이번 ‘대사면’과 ‘범죄와의 100일 전투’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간접적으로는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사령을 통해서 교화생들이 많이 빠지게 되면 결국 교화소의 생산인력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그럼 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보강을 해야겠죠. 그래서 아직 범죄 관련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거 교화소로 집어넣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굳이 교화소까지 갈 범죄가 아니었더라도 인력 확충 차원에서 들여보내는 것이죠. ‘범죄와의 100일 전투’ 또한 보다 강한 단속을 통해 사람을 많이 잡아들여야 사면 대상자도 늘어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차원에서 ‘범죄와의 100일 전투’와 대사면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 혹시 서국장님 주위에서는 사면 받거나 사면 얘기를 들은 사례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설명 부탁드릴게요.


북한에 있을 때 한 네 명 정도 봤습니다.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람, 사기를 친 사람, 공장 제품을 훔친 사람, 도둑질을 한 사람 이렇게 넷이었죠. 이 사람들도 교화소에 갔다가 대사령 이후 풀려났는데 안에서 고생을 많이 해 얼굴이 퉁퉁 부어있더군요. 들리는 바로는 이 붓기를 두세 달 안에 빼지 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교화소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은 다들 머리가 짧고 얼굴이 매우 부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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