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내외 국가수반에…北, 개정 헌법으로 ‘정상국가’ 표방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개정한 헌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명실공히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 수반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에게 헌법상으로 대외 국가수반의 지위까지 부여함으로써 정상국가를 지향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내나라’가 11일 공개한 개정 헌법 제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명시했다. 종전 헌법에서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개정 전 헌법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의 역할을 줬는데, 이번 개정 헌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더불어 국무위원장에게도 북한을 대표하는 지위를 부여했다.

개정 헌법은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모두가 국가를 대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권한을 ▲상임위원회 사업 조직지도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및 소환장 접수라는 상징적인 업무 수행에 국한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데일리NK에 “과거 김정일이 국방위원회 만들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넘기고 자신은 실권을 장악하는 국방위원장을 맡았는데, 사실 그것이 일반적인 국가와는 다른 비정상적인 부분이었다”면서 “이번 헌법 개정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강화했다기보다는 비정상을 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대사 신임장 접수와 같은 업무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남겨두고 있지만, 어쨌든 국무위원장이 대외관계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도록 명실상부하게 정상적인 국가수반 지위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당 창건일(10·10) 행사 참가 중인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서문에 ‘핵보유국’ 문구 계속 유지…’선군’용어는 자취 감춰

아울러 개정 헌법 102조는 국무위원장에게 ‘무력총사령관’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개정 전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이라는 표현을 다듬어 조금 더 명확하게 군사와 국방 등 무력 전반을 총괄하는 군 통수권자 지위를 정립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고사령관에서 총사령관으로 바꿨기 때문에 북한 내부적으로도 김정은이 이런 호칭을 사용할만한 자격이 있고 지금까지 역할을 했다는 교양을 할 것”이라며 “요약하면 김정은의 업적인데,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이는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핵보유국 의미와 연결 지어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북한은 기존 헌법 서문에 담겨있던 ‘핵보유국’이란 표현을 이번 개정 헌법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대미 비핵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이번 개정 헌법에는 ‘선군’이라는 용어가 대거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종전 헌법에는 ‘선군’이라는 용어가 서문을 포함해 총 4번 등장했지만, 개정 헌법에서는 서문에만 단 한 차례 등장했다.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선군사상’과 ‘선군혁명노선’이라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전통적인 사회주의국가의 국정운영 방식인 당 중심의 권력 구조를 분명히 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군의 역할이 강조됐던 과거에서 탈피해 김정은 시대 당-국가체제를 공고히 다지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박봉주
2017년 8월 박봉주 당시 내각총리가 평안북도 낙원기계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표 경제정책 새 헌법에 담겨…경제개발 전략 뒷받침

한편, 북한은 개정 헌법에 김 위원장의 대표적 경제 개혁 조치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새 헌법 제33조에는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에 맞게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라는 문구가 삭제됐고, 대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인 지난 2014년 기업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 판매, 투자 등 경영활동에 자율성을 확대 부여한 정책으로, 기업의 시장 거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친화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아울러 새 헌법에는 신인도 개선과 무역구조 다변화를 통한 대외경제 발전을 꾀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종전 헌법 제36조는 ‘국가는 완전한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무역을 발전시킨다’라고만 명시했으나, 새 헌법에는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경제관계를 확대발전시킨다’라는 문구로 수정됐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시장경제를 확대하고, 외부적으로는 경제개발구라는 제한적 개방 형태로 외국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김정은의 경제발전 핵심 전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북한은 개정 헌법에서 경제와 관련,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노선에서 내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내각에 책임을 돌리기 위한 사전 작업 일환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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