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단체사진 맨 뒤서 고개만 ‘빠끔’…“1호사진 맞아?”



▲13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빨간원)의 원산군민발전소 현지시찰 단체사진.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더라도 늘 맨 앞 가운데를 차지하던 김정은이 본 사진에서는 맨 뒷줄에서도 좌측으로 치우쳐져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13일자 북한 노동신문 2면에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등장하는 기존 ‘1호 사진’들과는 조금 다른 구도의 사진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이 원산군민발전소를 현지시찰한 자리에서 발전소 구성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인데, 정 가운데 서 있어야 할 김정은은 웬일인지 대열 맨 뒤에서도 좌측으로 치우쳐져 있다. 김정은의 현지시찰 사실을 알리는 제목이 없었다면, 해당 사진 속에 김정은이 있다는 것조차 쉽게 인지하기 힘들 정도다.

노동신문은 가히 김정은의 ‘화보집’이라 할 만하다. 주로 김정은이 특정 장소를 시찰하거나 주요 행사에 참석한 모습들이 신문 첫 면을 장식하게 되는데, 이런 사진들은 하나같이 김정은을 가장 잘 부각하는 구도로 연출돼 있다. 호탕한 웃음을 보이고 있거나 지휘관들에게 둘러싸여 지시를 내리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최고존엄의 위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수백 명이 줄 지어 선 대열에서 김정은이 정 가운데 선 단체사진이다. 인원이 너무 많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때조차 김정은은 늘 대열 중 정 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렇게 대내외 매체에 실릴 김정은의 사진은 ‘1호 사진’으로, 이를 찍는 사진사는 ‘1호 사진사’로 부른다. 최고지도자를 ‘1호’라고 칭하는 북한 특성에 따른 것이다.


▲이제까지 김정은은 노동신문이 공개한 모든 단체사진에서 대체로 정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이어져온 1호 사진의 ‘관례’에 의하면 최고지도자가 대열 맨 뒤에 있는, 그것도 한 쪽으로 치우쳐진 모습이 노동신문에 등장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선전에 1호 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모든 사진은 김정은을 가장 부각하는 구도에서 촬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 집권 후 1호 사진에도 변화는 있었다.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바라보는 뒷모습이나, 어린 아이들 혹은 군인들이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했다. 선대(先代)의 1호 사진들이 모두 앞모습만을 담는다거나 북한 주민들과의 신체 접촉 장면을 지양하고 있다는 점과 분명 차별화된 특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다른 인물들에 의해 가려지거나 대열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등장한 사진은 지금껏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2년 1월 8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 우상화 기록영화 중 한 장면. 그 전까지 북한에선 최고지도자를 위에서 찍은 구도의 사진 및 영상을 내보내지 않아 왔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꽤나 ‘희귀한’ 구도의 1호 사진이 등장한 데 대해 일부 탈북민들은 북한의 우상화 선전 기법이 갈수록 허술해지는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한 탈북민은 14일 데일리NK에 “북한의 우상화 작업은 현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는데, 김정은 정권 들어 틀에서 벗어난 우상화 작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도 김정은을 위에서 촬영한 장면(사진)이 조선중앙TV에 그대로 나오는 걸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전을 담당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김정은도 우상화를 위한 이미지 정치에 대해 깊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우상화 방식의 변화가 인민애 선전을 위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권위까지 떨어뜨려가면서 인민애를 주창할 리가 있겠나. 김정은이 공포정치니 인민애니 하는 것들로 자신의 체제를 만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우상화 선전의 요령도 모르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전소에서의 사진도 원래대로라면 수행원들이 미리 준비한 의자에라도 앉아 정가운데서 찍었어야 한다”면서 “수행원들이 이런 것들을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랬다 하더라도 최고지도자를 맨 뒤에 세워둔 사진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건 선전 작업이 그만큼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같은 사진이 “인민애를 선전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탈북민은 “이번 현지시찰이 발전소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치하하기 위한 자리였던 만큼 이 사진도 이들을 보듬고 스스럼 없이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번 사진으로 김정은이 제일 좋은 자리를 인민들에게 내줬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향후 강연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노동신문에 나오는 모든 사진은 김정은의 모습이 제대로 실렸는지 확실히 검열한 후 인쇄되는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허락 없이 얼굴만 빠끔히 나온 사진을 2면에 실었을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1호 사진사는 총살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인민애를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었다고 해도 이런 걸 보며 감동 받는 주민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최고지도자가 사진 속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든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로서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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