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내 살림집 방범창 해체 작업의 여파로 최근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평양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부터 평양의 형제산, 삼석 구역 등 지에서 살림집에 설치된 쇠창살을 철거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각 구역당에서 살림집 창살이 마치 감옥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를 들며 주민들에게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지나면서 살림집들을 보고 ‘감옥같다’고 표현해 이런 조치가 내려졌다는 얘기가 돈다”며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려온 지시들은 대부분 김 위원장의 직접 명령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주민들이 당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데 살림집 쇠창살까지 뜯어내라고 하고 이 때문에 도둑이 기승을 하니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더 안 좋다”고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본지 취재에서도 최근 평양 시민들이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 경제난 지속되자 평양 시민들도 김정은 정권 냉혹 비판)
평양 출신 탈북민들에 따르면,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곤 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해 살림집 창문에 설치한 비닐막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제거 지시가 하달되기도 했었다는 것.
즉, 최고 지도자가 ‘비닐 및 쇠창살 제거’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을지라도 ‘미관상 좋지 않다’ 또는 ‘감옥같다’라는 한 마디로 인해 관련 조치가 갑자기 내려졌었던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평양 살림집 쇠창살 철거 지시는 지난 5월에 주민들에게 전달됐으며 6월까지 약 40여 일 동안 작업이 이뤄졌다. 국가 기관에서 내려온 지시지만 실제 작업은 인력이나 장비 지원 없이 주민들이 직접 해당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같은 지시는 평양시 구역당이 인민반 회의를 통해 주민에게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인민보안성(우리의 경찰청과 유사)이 구역당에 지시를 하달하고 이행 여부를 관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살림집 쇠창살 해체가 완료된 시점부터 도둑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현재는 절도 행각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면서 “애초에 쇠창살을 설치한 이유가 절도 방지였는데 이를 해체하니 자연스럽게 다시 도둑이 활개를 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지시가 평양과 인근 지역에 하달됐다는 소문이 지방에 퍼지면서 평양 인근으로 원정을 오는 도둑도 많다”고 전했다. 지방에서 거처 없이 떠도는 꽃제비(부랑아)들이 평양 인근으로 모여들어 절도를 일삼고 있다는 것.
다만 평양 중심 구역은 중앙당의 주요 기관이 밀집해 있어 철저한 보안과 감시로 인해 도둑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안 그래도 경제난으로 먹고 살기 힘든 주변구역 살림집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이 보안서로 몰려가 항의를 하며 다시 쇠창살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나 도둑을 막기 위한 예방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현재 극심한 가물(가뭄)로 8월까지 평양 시민들이 가물 전투(물주기)에 동원되고 있어 집을 비우는 살림집들이 많다”면서 “쇠창살 해체로 당분간 빈집털이 피해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다른 지역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평안북도나 양강도 등지에는 이 같은 포치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양 소식통도 “살림집 철창 해체에 대한 지시는 현재로서는 평양과 인근 지역에만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