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관계 주도권 선점하려 대화 거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당분간 긴장조성이 권력 공고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한미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남북 대결국면을 내치(內治)에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대결국면이 장기화되더라도 급한 쪽은 개성공단 등이 걸려 있는 한국 정부일 뿐이라는 시각에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태도변화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안보위기에 따른 한국 내 여론 추이를 살핀 뒤 ‘대화’에 응하더라도 북측으로서는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밝힌 것도 긴장국면을 유지하면서 대화의 여지를 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대결 책동이라며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여왔다. 또한 ‘최고 존엄 모독’을 이유로 개성공단 사업을 잠정 중단시키며 현 한반도 정세의 ‘한미 책임론’을 폈다.


때문에 북한은 우리 정부의 선(先) 태도 변화→후(後) 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결국 북측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역시 대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분간 새로운 대화 ‘카드’를 제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미 충분히 진정성을 가진 대화 제의를 했다는 인식에다, 자칫 북측의 반응에 저자세로 임할 경우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게 돼 ‘도발·위협→대화→지원’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패턴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남북 간 밀고 당기는 ‘기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도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선택하지 않으면서 향후 남북대화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외 선전선동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사일 도발에 나서더라도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보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데일리NK에 “대남 대화전략에서 ‘갑’의 위치를 먼저 선점하고 의제 선정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결국 북한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6·15, 10·4 선언을 이행하고 대북 유화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4월 말까지 수사적 위협을 동원하면서 지금의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사일을 쏜다면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지만, 쏘지 않을 경우 긴장 모드가 일정하게 정리되면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사실상 사과하고 굴복하고 들어오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대화’로 선회할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우리와 대화를 하고 관계개선을 하더라도 자기들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화를 하더라도 좀 더 전략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대화를 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북관계 단절 국면이 심화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권력 공고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