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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15일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초상휘장(김일성·김정일 배지)을 달지 않고 나와 눈길을 끈다. 앞서 열린 려명거리 준공식(14일)과 북한군 특수작전부대(13일 보도) 타격대회에서 김정은은 초상휘장을 달지 않았다.
일단 할아버지 아바타를 꾀하고 있는 김정은이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아 성대하게 열린 행사에조차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김일성 생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도 김정은은 초상휘장을 달고 나온 바 있다.
물론 김정은이 초상휘장 없이 공개 활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은 2015년경부터 현지시찰에서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모습을 자주 노출시킨 데 이어, 지난해 6월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부터는 배지 없이 공개 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더욱 자주 내비치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에도 처음으로 신년사 발표에 배지 없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을 지우고 본격 ‘홀로서기’에 나서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례적으로 외신 취재진을 대거 초청한 려명거리 준공식 등에서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건, 할아버지·아버지 후광에 연연하지 않고 통치에 자신감을 갖겠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대표적인 우상화물인 초상휘장 착용을 본인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김정은이 북한에서 신(神)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있다.
한 고위 탈북민은 15일 데일리NK에 “일반적으로 고위 간부부터 일반 인민들까지 배지를 달지 않으면 ‘수령님을 마음 속 깊이 모시지 않는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지만, 김정은이 배지를 달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누가 뭐라 비판할 수 있겠나”라면서 “북한에서 신성한 초상휘장을 자기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건 바로 본인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