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위생용품공장을 시찰한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사용하는 인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표 도안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문화성 있게 잘 만들고 상품 포장방법까지 개선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인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라는 겁니다. 국영기업소 제품이 장마당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실에서 이번 지시는 기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지시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은 이전보다는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원자재 구입과 생산, 근로자 고용, 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업 운영의 모든 부문에서 획기적인 자율성이 보장돼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능력 있는 개인에게 공장을 아예 넘기는 겁니다. 국가의 핵심 공업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질 좋은 상품을 눅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가 수백 년 간의 실험을 통해 입증한 진리입니다.
이미 북한에서도 이런 형태로 상당수 기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버스 운행과 아파트 건설을 비롯해 상품 생산까지 기업은 껍데기만 있고 실제 운영은 개인들이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자기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려고 합니다. 자연히 인민의 요구를 반영해 팔리는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업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런 개인 기업을 쫓아갈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돈 있고 수완 있는 개인들에게 기업을 넘기는 게 나라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를 위해 국가 지도자가 하는 역할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공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는 게 지도자의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김정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민간의 경제활동 확대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겁니다. 또 부족한 자금과 원자재,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인민의 요구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김정은 자신임을 깨닫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