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록영화 신비주의에 대한 믿음 강요해

북한 독재 당국은 중국과 구소련의 모델을 자국의 목적에 맞게끔 조금씩 채택해 자신들의 선전영화를 제작해왔다. 최근의 ‘후계 세습’ 현상은 바로 이러한 당국의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새로운 지도자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월 8일 방영된 다큐영화에서 이러한 속성들이 잘 드러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김정은 기록 영화)는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그의 아들인 김정일 그리고 손자인 김정은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선전영화의 첫 장면에는 김정은이 자랑스럽게 백마를 타는 나오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백마는 김일성이 마오쩌둥의 대약진에 반향하기 위해 사용한 천리마를 암시한다. 따라서 본 작품이 적에 대항하는 한 기사의 모습을 라이트모티브(leitmotif. 주요인물을 상징하는 동기를 취하는 樂句)할 목적으로 제작된 다큐영화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린 지도자는 (북한주민들을)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이밖에도 영화 속에는 여러 상징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신성한 백두산(창시자 단군의 모습을 연상하고 김정일의 가짜 출생지이기도 하다)과 구름을 뚫고 나오는 한 줌의 빛줄기(김일성을 지도자와 태양으로 묘사했다), 김일성주의의 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탑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그의 가족과 많은 부분들이 외관적으로 유사하게 묘사되었다. 흑백 이미지 속에 등장한 할아버지 김일성과 매우 유사한 김정은의 외모, 공식석상에서의 아버지 김정일이 보여준 제스처와 똑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아들에게 총을 건네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 뿐만아니라 끝내 아버지의 글을 열성적으로 읽는 아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업적과 모습을 찬양해야할 시점에서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북한의 일반적인 정서와 맞지 않는 듯 보인다. 또 다른 놀라운 장면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놀이공원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선글라스를 낀 아버지의 무표정한 모습은 김정은에게 철부지 아들의 이미지를 심어준다.


또 영화 속 여러 장면들 속에서 김정은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군 간부들과 좋은 관계를 묘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해군, 공군 그리고 육군 등 모든군이 출현하는 장면에는 나이 많은 간부들의 웃는 모습과 김정은의 말을 받아 적는 간부들의 모습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조선호’라는 정체 모를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시범 장면과 함께 연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은 아직까지도 (김정은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해군 간부들이 김정은의 말을 받아 적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지시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그의 웃는 모습은 모든 것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호탕한 웃음은 독재자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아니라, 어린 왕자의 억지 웃음이다.


선군(先軍) 즉 북한의 군사 우선주의 사상은 이번 작품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는데 있어서 실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그가 들어맞지도 않는 유니폼을 입은 채 신형 탱크를 몰려고 하는 모습에서 아직 혼자 (남겨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군’이라는 단어는 공업, 소작농들, 그리고 노동 계급들에 비교해 볼 때 이들 모두를 압도할 만큼 자주 언급된다. 플랫TV 공장이나 인력이 부족한 공장을 방문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봐야 한다(뒤늦게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창백한 얼굴을 한 직원들 옆에 선다. 시골지역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는 공사중인 댐을 방문하는 드문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든 측면에서 형편없었다(여기서 심각한 얼굴을 한 아버지와 언제 웃음을 터트릴지 모르는 아들과 함께 있는 인위적인 장면이 다시 한 번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자원에 대한 국가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에 비추어봤을 때 (공사중인) 댐과 호수나 저수지는 사람들에게 확신 심어 주지 않는 듯 보인다.


영화 속 (수많은 곳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급격하게 자리에 오른 어린 왕이 자신의 왕국 먼 곳곳을 방문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권태로워 보인다.


우리는 구소련 선전영화 통해 몇 가지 힌트들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자동차, 열차, 배를 타고 반복적으로 여행하는 최고위급 인사에 대한 라이트모티브, 역경을 상징하는 험난한 자연들(먼 지평선 끝으로 보이는 남한의 산을 제외하고 적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도자는 경외의 대상인 자연과 대항에 끊임없이 싸움을 벌인다.


이밖에도 마법과 같이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그의 아들을 이어주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발작적인(히스테리한) 사람들 앞에 등장한다. 작품 속 수직적인 몽타주(vertical montage)는 전투를 연상케 하지 않는 이상 들을 수 없는 정체모를 위협적인 총소리와 함께, 남쪽 산을 가리키는 김일성의 동상을 보여준다. 이 기법은 1960년대 구소련에서 사용된 선전기법과 매우 유사하다. 새로운 현대적 비주얼 효과도, 또 어떤 서술적 기법도 새로 추가되지 않았다.


또 작품 속 한 여성은 지도자와 그의 업적들을 찬양하고, 반(半)종교적 주문을 외우듯이, (김정은에 대해)칭찬과 과장해 선전했다. 이것은 더 이상 우리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신비주의적 현상에 대한 믿음을 강요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의 특성은 간략하고, 비판과 불평, 불만들이 결핍된 것이 그 특징이다. 열광하는 박수들과 익살스럽게 반복되는 메달 수여식, 끝없이 이어지는 해설 속에서 우리는 웃지 못 할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분명히 드러나는 그림자들과 전반적인 화면의 질로 비취어 볼 때, 원시적인 조명기법과 휴대용 카메라들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전영화 속에 특정 이미지와 주제에 대한 강조는 실질적으로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주고 있다. 여기서 김정은과 군의 관계, 그를 따라야 하는 간부들간의 관계, 인민 공화국을 가장한 체제 속에서 한국 특유의 봉건적, 신화적 전통으로 정당화된 체제 세습주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끝으로 적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 김정은이 능숙하게 나라를 이끌어 갈지에 대한 여부다. 물론 여기서 김정은의 반복된 웃음들이 그런 능숙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입증해주었지만 말이다.


간혹, 말을 탄 김정은이 길을 달려가는 모습은(바다, 대지, 하늘과 같은 영역이 사회경제적 현실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듯하다) 추상적으로 보인다. 기존의 선전영화 기법을 바꾸지 않으려는 김정은 체제는 서구적 관점에 볼 때, 체제의 소통 전략은 퇴패(頹敗)한 것처럼 비춰진다. (우리는 김정일이 영화관을, 또 1990년에는 선전을 개혁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요시하는 동양의 시각에서 볼 때만큼은 아닌 것 같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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