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승계 ‘성공’ 김정일 건강이 최대 변수

북한의 후계문제로 더욱 관심을 모았던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예상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부각시키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29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노동당 기존 직제 상으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부위원장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의 안정적 후계 세습을 위해 이번에 신설된 것이다. 위원장은 김정일이다.


김정은은 앞선 27일 김경희(당 경공업부장), 최룡해(전 황해부도 책임비서) 등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도 받았다. 따라서 향후 ‘선군정치’ 노선에 따라 군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라는 것을 공식화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도 군대를 기반으로 한 ‘선군정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개편된 북한 노동당 조직표./그래픽=김봉섭 기자
◆ 김정은 지지기반 ‘新군부’ 부상과 후견그룹= 44년 만에 열린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세습이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했지만 김정은이 한 번에 당 중앙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파격적인 등장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김정일이 27세(1969년) 때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등용됐고, 31세(1973) 때 당 조직비서 겸 선전비서로 기용됐기 때문에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 중앙위원과 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됨에 따라 군 장악 토대를 닦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사실상 상설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이 조직지도부에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지기반이 약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김정일처럼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리기에는 김정일의 건강문제 등의 여건이 허락치 않는다. 이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또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김정은과 함께 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되고 최룡해, 김경옥 등이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군 권력의 축이 재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의 국방위원회 원로들인 김영춘(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과 오극렬 등이 뒤로 밀리고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진 것은 김정은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신(新)군부가 등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중앙군사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6명에서 16명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기존 멤버였던 리을설, 리하일, 조명록 등 4명은 해임되고 김영춘, 김명국 2명만 자리를 보존했다.


그러나 50~60대 신군부의 대표주자인 리영호 총참모장이 차수로 진급하면서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김영춘을 밀어내고 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는 김정일 체제의 지지 기반인 원로그룹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한발 뒤로 물러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평양방어사령관을 거쳐 작년에 김격식 4군단장 후임으로 총참모장에 올랐던 리영호는 북한에서 최고의 포병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이는 군경력이 일천한 김정은이 군사 작전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대장’ 칭호와 함께 군사위 위원으로 임명된 최룡해와 김경옥 등의 역할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일이 최룡해를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앉힌 것은 대(代)를 이어 김일성 가문에 충성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룡해의 아버지 최현(1982년 사망)은 김일성과 함께 빨치산 활동을 벌였던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최측근이다. 최현은 김정일이 스스로 권력을 쟁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빨치산 1세대들을 규합해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김경옥은 군사지도부문 담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군부장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정치국 위원(상무위원 포함)은 3명에서 17명으로 크게 늘었고, 후보위원도 5명에서 15명이 됐다. 또 비서국 비서도 5명에서 10명으로 늘었고, 군사위 위원도 보강됐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서 자연스런 물갈이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향후 김정은의 권력장악에 따라 세대교체는 큰폭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 제기된 ‘장성택의 정치국 상무위원 임명 가능성’은 불발로 끝났다. 장성택은 군사위 위원에 선임됐지만 그 이상의 직책은 주어지지 않았다. 김정일의 통치스타일 상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3대 후계세습 안착 가능성과 변수는= 김정은이 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 공식화됐지만 권력을 완전히 승계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건강이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3대 세습에는 김정일의 역할이 크다.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다”며 “그는 아직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고 제도적으로도 아직 미진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정일이 김정은의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후원을 할 것”이라며 “김정일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북중관계가 얼마나 공고하게 유지되느냐도 변수”라고 꼬집었다.


오경섭 연구위원도 “김정은이 아직 독자적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최소 2~3년간 김정일의 그늘 아래서 우선적으로 군대 내에서 지지기반을 다져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굳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오 연구위원은 “후계세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군과 당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공안기관에 대한 장악도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일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면 김정은의 권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김정은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지배그룹의 엘리트들을 어떻게 지지기반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또한 “지지기반을 다지려면 그들에게 때론 인센티브도 줘야하고 확실하게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선 때론 숙청도 필요한데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1964년 조직지도원으로 당에 입당해 1967년에 항일운동세력 중 하나인 ‘갑산파(소련파)’ 주요 간부 20여명을 당에서 축출하면서 권력을 다졌다. 당시 김일성의 2인자였던 삼촌 김영주의 측근 일부를 제거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정은이 향후 완전한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군부와 당내에서 자신의 권력승계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인물들에 대한 숙청도 상황에 따라선 불가피 하다. 이러한 대담성을 보일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김정일-김정은 초기 공동권력 시대의 대외.대남정책=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됨에 따라 향후 대남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인민들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개혁.개방 요소를 도입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큰 틀의 변화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새로운 정치노선이 제기된 것도 아니고,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하게 장악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까지는 ‘선군정치’를 강화하면서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과도기로 삼을 것”이라며 “그 때까지 김정은이 군과 당 내에 지지 세력들을 규합해 권력기반이 완성되면 2012년 이후에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김정일 생존 시까지는 김정은이 독자적인 정책을 입안하거나 추진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지위는 확고해졌지만 아직 군.당.감시기구 등을 맡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된다”고 말했다.


최진욱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대남, 대내 유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권력기반이 구축되지 않았고, 김정일의 권력 기반인 원로그룹들도 건재하기 때문에 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변화를 모색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2~3년 간은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북한 내부문제 등에 대해 현 상태를 유지해 나가면서 김정은의 독자적 통치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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