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인들 직접 대면 총참모장에 격노… “격리해라”

소식통 "박정천 코로나 음성에도 격리 강행 지시...군 간부들, '감염 가능성 때문' 수군수군"

박정천총참모장 김정은 수행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김 위원장과 대조적으로 박정천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소 7000명의 주민을 격리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북한 군 서열 2위인 인민군 총참모장도 지난달 격리돼 있다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군 내부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박정천 총참모장 동지가 2월 초부터 20일간 개인 격리돼 있다 2월 말 풀려났다”며 “총참모장 격리 조치는 무력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난 1월 말부터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로 국경이 봉쇄되고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고 있음에도 총참모장은 91훈련소 지휘부를 비롯해 평양시 외곽 사격장 부대에 직접 내려가 일반군인 및 지휘관들과 접촉했다”며 “이 사실이 최고사령관께 보고 돼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월 초 박정천이 각 부대를 시찰하며 수백 명의 군인들과 대면 접촉했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박정천을 두고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 개인의 몸이 아닌 정규군 총참모장이 다른 때도 아닌 지금 같은 시국에 그렇게 돌아다니다 병에라도 전염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라며 문책했다.

이후 그는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어도 무조건 격리 조치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0일간 격리가 이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박정천이 격리됐던 시설은 평양시 서성구역에 위치한 장산초대소 간부 객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산초대소는 군 장성들이 묵는 귀빈 숙소다. 군 최고위급 간부가 격리된 사실을 외부에 유출시키지 않기 위해 이곳에 격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사진 맨 오른쪽 박정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런 가운데 박정천은 격리 조치가 끝난 후인 지난달 28일 인민군 부대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한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이날 훈련에 참여해 김 위원장을 맞이한 간부들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게재된 사진에서 박정천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또 지난 2일에도 전선장거리 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에서 박정천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바 있다.

양일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김 위원장과 달리 박정천을 포함한 군 간부들은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군 간부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감염 증상도 없고, 음성 판정을 받은 박정천을 격리시킨 것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안위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고위 간부들은 (최고사령관이) 군을 시찰할 때나 군 작전 보고를 받을 때마다 자신을 수행하는 박정천이 혹여나 무슨 병이라도 걸렸을까 걱정돼 격리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정천은 9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 화격타격훈련에서도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다. 이날 현지지도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박정천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