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 당일 핵심 간부 50여 명과 함께 비공개 예술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광명성절 당일 오후 7시부터 4·25문화회관에서 원수님(김 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성원 50여 명이 공훈합창단과 인민군협주단의 합동공연을 관람했다”며 “공연은 ‘대를 이어 백두산으로 가리라’라는 제목으로 40분간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행사로 이날 오후 6시부터 행사총국과 호위사령부, 평양 모란봉구역 교통지휘대가 동원돼 4·25문화회관 주변의 차량과 유동인구 통행이 일시적으로 통제됐다.
소식통은 “4·25문화회관 영생탑 앞부터 개선문을 지나 만수대언덕까지 이어지는 평양 55호 도로가 차단됐고, 모란봉구역 전우동, 전승동, 비파동, 민흥동, 월향동, 북새거리 등에서 55호 도로로 이어지는 길목들도 모두 막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행사를 앞두고 4·25문화회관을 마주하고 있는 고층 아파트와 옥상도 순식간에 검열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1호 행사가 진행될 것을 미리 직감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번 공연 관람 직후 4·25문화회관 11호실(1호 휴게실)에서 선전선동 및 예술부문 일꾼들과 약 20분간 담화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올해 선전선동부문 일군(일꾼)들과 작가, 음악가, 예술인들이 혁명진군의 나팔수로서의 사명과 역할,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관람한 이번 예술공연의 영상이나 행사 진행 소식은 현재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방영·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담은 기록영화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올해 광명성절 중앙기념보고대회와 예술단 공연 등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를 치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이 김정일 생일에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는 김 위원장이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 대규모 행사와 관련한 보도는 북한 매체에서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소식통은 “원래 광명성절 전날(15일)에는 전국적으로 중앙보고대회를 시청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방영되지 않았다”면서 “예술단 공연도 명절 당일부터 시작해서 내내 방영하는데 올해는 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군님(김정일 위원장)의 사상과 업적에 관한 조직별 강연이나 충성의 노래모임은 그대로 진행됐고, 16일 아침 7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동상, 태양상, 영생탑, 현지지도 사적비들을 찾아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사업도 집체적으로 모두 다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올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 보건성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에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와 방역 취약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자국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