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관계개선 표명했지만 언제든 뒤통수 칠 수도”

북한 김정은이 작년에 이어 2014년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북한이 ‘관계개선’ 언급과 대남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지만 대내외 상황에 따라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는 이중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북남 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됐다”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하는 등 ‘관계개선’을 3차례 언급해 비교적 비중 있게 대남 메지시를 보냈다.


향후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이번에도 소위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그동안 북중 및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대남유화 제스처를 보인 적이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도발을 감행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통일을 위해 북남 대결 상태 해소”를 언급했지만 이후 2월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을 폐쇄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이번 신년사에서는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북남 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는 것은 사대매국 행위”라고 비난해 향후 북한은 이석기 내란음모 재판 결과와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등을 지켜본 후 언제든지 말 바꾸기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북한의 유화적인 말을 확대해석이나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3년 차로 들어서는 김정은 정권이 관계 개선을 통한 실리적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 같은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했다. 신년사에 ‘경제’ 문제해결에 역점을 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장성택 처형 이후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하고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남한에 다소 유화적인 신년사가 나온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인민 경제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도움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을 처형한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서 경제 건설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중국쪽하고 경제 협력이 잘 안 될 듯하자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을 남한 쪽에 돌리려는 대내외 프로파간다(선전)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향후 도발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 연구위원도 “천안함 폭침 때도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다가 뒤통수를 쳤듯이 도발을 하기 위한 전술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정부는 북한이 말로만 하는 것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행동을 보일 수 있도록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