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양날의 칼’…“지속되면 간부 등 돌릴 것”

통일 한반도, 누구나 꿈꾸는 미래일 텐데요. 통일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또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통일대담’ 시간입니다.

집권한지 5년이 되는 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2016년에도 공포정치를 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하지 않는 간부들을 가차 없이 숙청하는 공포정치가 과연 김정은의 권력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될지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공포정치에만 의존할 경우, 고위 간부들의 이반(離反)이 심화돼 결국 체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1일 오늘 신년을 맞아 김정은의 공포정치 등 통치 전략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홍성기 아주대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1. 교수님, 2015년은 북한 김정은의 집권 4년차였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이나 내구성에 대한 간단한 평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이란 북한의 수령전체주의가 작동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입니다. 장성택 처형 시 김정은이 조직지도부의 꼭두각시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현재 수령의 위치에서 통치체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구성이라는 장기적 체제유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북한체제의 장기적 유지 가능성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우선 사회주의 배급경제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장마당 시장경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경제개혁이나 거시적 시장경제의 도입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민심이반은 필연적이고 이것이 체제의 내구성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2. 김정은 체제 안정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안정성이나 내구성에 있어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럼 실제로 이러한 공포정치가 체제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할까요?

전체주의의 유지에 있어서 공포정치는 필수적입니다. 스탈린이나 히틀러는 물론 김일성, 김정일도 공포정치를 했습니다. 물론 공포정치의 이면에는 측근들에 대한 특권 부여와 배려가 필수적이고, 이런 점에서 전체주의는 정치적 사도매조키즘(SADOMASOCHISM·가피학증)의 전형입니다. 최측근도 가끔 지방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불러들이는 방식이지요. 만일 전체주의에서 숙청이나 공포정치가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입니다.

3.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김정은이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는 간부들에 대한 숙청이 주로 돼 왔다는 점에서, 경험도 없고 나이가 어린 김정은이 일종의 자격지심 때문에 이러한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성을 다하지 않는 간부를 숙청한다는 것은 그쪽 사회에서는 극히 당연한 일이기에 ‘자격지심의 발로’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간부들의 불충분한 충성심이 아니라 잠깐 졸았다거나 하는 평범한 실수 혹은 충고를 충성심 부족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김정은의 자격지심의 발로이겠지요. 다른 한편 김정은은 지금 통치체제의 엘리트 구성원을 빠른 시간 내에 바꾸려는 의도, 지배계급의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마구잡이 숙청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김정은이 수령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북한체제의 내파(Implosion) 요인이 되겠죠. 다른 한편 쫓아내거나 쫓겨나지 않으면 세대전환이 잘 안 되는 것이 전체주의 사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4.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북한 엘리트층의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상당히 약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김 씨 일가와 생사를 같이한다고 생각하면서 충성을 다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이미 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사회에서 전체주의 이데올로그의 자체 재생산이사라졌다고 봅니다. 이 말은 김일성 시대에처럼 북한식 사회주의의 미래를 스스로 확신하는 엘리트층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한국에 흡수되었을 때 자신들이 받게 될 불이익을 확신한다는 점에서 ‘운명공동체 의식’이 존재했겠지요. 3대 세습인 김정은 체제에서는 김정일 시대보다 이런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현 북한체제의 특징이 뇌물전체주의라는 사실입니다. 뇌물은 재정적으로 북한체제 유지에 기여도 하지만, 의무 불이행이나 위법허용 혹은 이권 공유와 같이 체제해체의 성격도 있습니다. 극단화될 경우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때에만 체제유지가 가능합니다. 경험적으로 확인된 것이지만, 뇌물은 체제의 운명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킵니다.

5. 이런 체제 충성심 약화는 해외 공관 참사관들의 정치적 망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올해에만 벌써 20여 명의 참사관들이 망명을 신청 해 왔다고 밝혔는데요. 김정은의 공포 통치와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만일 20여명의 북한 참사관의 망명 원인이 자신의 생명유지와 관계되었다면 분명 그것은 공포통치와 관련되겠지요. 왜냐하면 망명은 곧바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결단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강요하는 극단적인 공포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의 깊게 봐야할 점은 이 참사관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상황인데 그것이 궁금합니다.

6. 공포 분위기는 일반 주민들사이에도 조성돼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시청에 대한 총살도 빈번히 자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간부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북한사회에 뿌리를 내린 문화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한류가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그를 잠식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고, 북한 당국이 한류의 전파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은 나름 이해가 됩니다. 정보폐쇄가 북한사회의 최대 취약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공개총살과 같은 극단적인 처벌이 갖는 사회적 의미입니다. 저는 여기서 김정은의 취약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성도 없고 효과도 별로 없는, 차라리 민심이반을 가속화하는 행위를 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러족’ 김정은의 행태에 이런 불안정한 측면이 있는 것은 명백합니다.

7.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발적인 충성심을 갖는 간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김정은 체제 안정화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것은 김정은이 앞으로 상당기간 같이 갈 지배엘리트층의 구성을 어떻게, 어떤 기간 내에 완료할지와 관계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내년 7차 당대회 때까지 김정은 팀이 꾸려지면 그 팀원들은 권력과 이권을 쥘 수 있기에 체제에 충성을 할 것이 명백합니다. 만일 장기간 같이 갈 지배엘리트층의 구성이 그 어떤 이유로이든 지지부진하거나 숙청이 계속된다면 체제의 중단기적 안정성도 언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8. 또한 이런 공포정치가 장기적으로 극대화될 경우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낮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반체제 인사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전체주의는 본질적으로 반체제 인사를 용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전체주의 동심원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동심원의 중심 즉 권력의 중심에 수령이 있지요. 따라서 반체제 인사나 세력의 존재는 전체주의 동심원 밖에 수령을 인정하지 않는 인사나 세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전체주의의 권력유지 방식과 정면배치 되는 것입니다. 정치범수용소가 전체주의 사회의 필수품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거꾸로 보아 반체제 인사가 북한 사회에 출현한다면 그것은 김정은의 암살과 같이 전체주의 동심원의 구조를 파괴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노출된 반체제 세력의 등장은 매우 낮다고 생각됩니다.

9. 이렇게 공포통치를 통한 폭압정치를 일삼는 김정은이 당 창건일 기념일에 진행된 육성연설에서는 ‘인민’을 강조하며 ‘애민지도자’를 선전했습니다. 김정은은 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전혀 이중적이지 않습니다. 인민의 진정한 사랑을 원하지 않는 폭압적인 지도자는 없습니다. 다만 사랑을 강요하거나 선언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의 어리석음이 드러날 뿐이죠. 저도 김정은의 연설을 들으면서 인민과 애민 타령이 얼마나 호소력이 없는지, 무슨 개그를 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생 김여정이 김정은의 연설 도중에 차렷 자세로 서 있는 늙은 간부들 뒤에서 마치 스테이지 매니저인양 왔다 갔다 하는 모습입니다. 심사숙고라든지 진중한 태도라고는 전혀 없는 김정은-김여정 듀엣의 지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 2016년도 전망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주목해야 할 사항이라고 할까요? 2016년도에 김정은이 체제 안정화를 위해서 어떤 점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2016년도에도 숙청, 처형을 통한 공포정치가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공포정치가 계속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다고 보지 않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세대교체든 불경죄이든 그 어떤 이유로 지배엘리트층을 흔들어댄다면 그것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일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처형과 같은 나쁜 일은 필요하면 단번에 빨리 해치우고, 시혜와 같이 좋은 일은 오랜 기간 조금씩 해주라’고 군주에게 충고했지요. 만일 김정은이 계속 천방지축으로 날뛴다면 그것은 동네 조폭 두목의 자격도 없는 행태이지요.
 
다른 한편 김정은의 체제 안정화는 평양과 지방을 분리하고 평양위주로 민심을 얻으려는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평양의 쇼 무대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기반이 얼마나 튼튼한지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에 들어가면서 내년에는 여러 종류의 대남압박이 강해질 것입니다. 대륙간 탄도탄 발사와 연계된 4차 핵실험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은 김정은의 핵실험이나 대남도발 시에는 매우 깊고 넓게 북한의 취약점을 흔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북한정권을 압박해서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만들고, 북한 정권을 한국이 주도하는 협상장으로 끌어내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번 목침지뢰도발 때 대북확성기 방송과 같은 방식이지요. 이점이 김정은의 체제 안정화와 관련해서 한국이 해야 할 일입니다.

11. 주제를 바꿔서 내년, 그러니까 36년 만에 열리는 제 7차 당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 대회가 개최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정은의 공식적인 대관식, 유일영도체제의 확립이라고 봅니다. 즉 김정은이 집권한 후 5년간의 업적을 평양공화국을 중심으로 나열하면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강조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맥 빠진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처럼 김정은 대관식이 북한주민에 주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당 대회 이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총살과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김정은 팀 구성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12. 일각에선 당 대회를 통해 혁명 4세대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친정세력 구축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지적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기술관료(技術官僚))가 부상하고 있고, 군부대신에 노동당이 정권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또 그렇게 되리라 봅니다. 세대교체란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혁명 4세대’라는 말은 낯간지러운 이야기입니다.

13. 내년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친인민애를 선전하기 위해 개방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북한정권이 스스로 개방을 시도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지금 북한 전체주의를 유지해 왔던 4기둥인 통제경제, 우상화, 내부폭력, 정보폐쇄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사실상 북한주민들에게 더 이상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숙청과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내부폭력과 정보폐쇄입니다. 정보폐쇄도 이제는 상당히 약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이 개방을 한다는 것은 정보폐쇄는 물론 내부폭력의 행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는 아무도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개방될 경우 가능하겠습니까? 한류 드라마를 봤다고 공개총살을 하는 정권이, 대북확성기방송을 중단시키는 회담에 참여했다고 영웅칭호를 주는 정권이라면 설사 개방을 언급한다 해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정권을 보는 방식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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