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공업대회서 ‘정책실패’ 일꾼들에 전가”

북한 당국이 ‘전시태세’에 준하는 고강도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경공업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노동신문은 19일 전국 경공업 및 연관 부문 일꾼들이 참석한 경공업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의 요구에 맞게 경공업을 발전시키는데서 나서는 몇 가지 문제’라는 김정은의 연설전문을 실었다.


신문은 이날 6개 면 가운데 1∼5면을 경공업대회에 관한 기사로 채웠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강국 건설’에 매진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선전)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경제 향상 ▲인민소비품생산 독려 ▲경공업부문 현대화와 과학화 등을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내용의 복사판이었다.


다만 경공업 부문 문제점들을 조항별로 속속 지적한 것은 주목된다.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보통 성과를 부풀려 선전하는 식으로 성과부문과 전망·과제로 구분된 보고서 등이 대중에 공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지금 경공업 공장들에서는 생산을 정상화 할 데 대한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경공업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의 하나가 원료, 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등으로 김정일의 지시와 방침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음을 질책했다.


또한 일꾼들에 대해서는 “지금 제일 문제로 되고 있는 것은 우리일꾼들이 사업이 잘되지 않는 것에 책임을 느끼지 않고 패배주의에 빠져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 “우리 일꾼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입병은 경공업 발전의 걸림돌”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연설은 북한 경공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관련 일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1960년대 초반 군사·경제 병진 노선을 펴면서 북한 내 모든 물자와 자재 등이 군수 분야에 우선 공급돼 경공업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즉 경공업의 부진은 군수 분야 중심의 정부 정책이 원인이지, 관련 일꾼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 당국이 재원과 물자를 지원해주지 않자, 개별 공장기업소들은 자체적인 노력으로 근근이 운영해 왔다.


탈북자 박철진(가명) 씨는 “이번 김정은의 연설은 중앙의 재원 조달 등 근본적인 개선대책은 없고 선대 통치자들의 과오를 경공업 부문의 일꾼들에게 돌리려는 내용만 있다”면서 “과거 김정일은 ‘사탕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며 주민들에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독려하면서 경공업 예산까지 군사 분야에 쏟아 부어 인민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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