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검은 완장’ 왜 안찼나…실수 or 의도?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과 고위 간부들이 조문하며 검은 완장을 차고 있는 모습(上)과 김정은이 검은 완장을 차고있지 않은 모습.

북한 김정은이 상주완장을 차지 않은 채 조문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일과 장의위원들이 김일성의 사망(1994년) 당시 왼팔에 검은색 상주완장을 차고 참배했던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조선중앙TV는 상주완장을 차지 않은 김정은과 당(黨)·군(軍)·정(政) 고위 간부들이 김정일의 시신을 조문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21일자 노동신문에 공개된 참배 사진에서도 상주완장을 차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통상 북한 주민들도 장례를 치를 때 상주와 친인척들은 검은 색 완장을 차고, 여자들은 검은 색 리본을 맨다. 때문에 김정은이 상주완장을 차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김정은이 상주완장을 차지 않은 것을 두고 탈북자들은 ‘김정일은 영생불멸할 것’이라는 노동신문 구호를 근거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사망 당시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상 김정일이 모든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은 사람’으로 인식됐었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했다. 당시에는 ‘김일성 사상과 정신이 살아있다’는 점만 강조됐었다는 것이다.  


‘검은 완장’은 죽은 사람에게 조의를 표할 때 차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완장을 차지 않은 것은 김정일을 살아있는 실체로 표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과 군, 행정조직 등의 최고 지위를 김정은에게 넘겨주지 않은 채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이처럼 완장을 차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노동신문에 게재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생불멸할 것이다’는 구호대로 김정일은 죽지 않고 계속 당과 인민을 영도하고 계신다는 의미를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외에도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과거 국장(國葬)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장례 절차를 준비하면서 축소된 장례위원회 규모와 더불어 연이어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가장의위원회 규모는 김정은을 포함해 232명의 장의위원으로 구성돼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사망 당시(240명)보다 8명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