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개혁개방 좇지 말고 엘리트 결단 촉구해야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권력을 공식적으로 승계한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세월이 워낙 빠르다는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아마도 김정은에게만큼은 어쩌면 적용되지 않는 말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김정은 시대의 평양의 시간 흐름은 생각보다 더디게 가는 것 같아서이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내 보낸 김정은 시대의 평양 소식은 실은 변화보다는 정체에 가깝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제개혁에 대한 일성이니, 윗도리를 풀어 헤친 솔직한 모습이니, 미국영화 장면을 공개 공연에 등장시켰느니 해서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라도 있는 양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런 모습들에서 새로운 기대보다는 답답함을 던져준다. 

왜냐하면 지금의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나 북한 내부의 사정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그 원인을 차치하고, 우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과 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 때문에 각 나라마다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물론 북한은 주체라는 고상한 명분으로 실은 처절한 고립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전 세계적인 어려움에도 고고하게 지낼 수 있다고 착각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생각보다 긴박하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대응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정권 교체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국가들의 경우, 대체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정권은 이전과 다른 정책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정권 교체의 관행이나 경험이 일천한 국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정권이 교체되는 대신에 정권이 전복되고 말았다. 튀니지아, 리비아, 이집트 등이 그렇다. 이 경우를 북한에 대입해 보면 북한의 위기 탈출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붕괴로부터 시작할 터이다. 이런 조짐은 사실 진작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북한의 권력은 인민들에 대한 극도의 통제와 억압을 통해 사실 위기를 억눌러 오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민 각자에게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하고(시장경제로의 개혁), 둘째, 외부로부터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해외시장으로의 개방이 필수임은 불문가지이다. 이것은 아마도 북한의 식견 있는 엘리트들이라면 누구나 다 동의하는 것일 테다. 물론 그 결과, 따르는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해 나가면 되는 터, 가장 중요한 유일 권력 체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요컨대 개인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가 희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속출해도, 생존을 위해서 가족을 버리고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속 발생해도 그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일념 하나가 온 공화국 전체를 지배해 오고 있다.

개인 권력만이 아니라 이른 바 기득권 엘리트 계급 전반이 또한 변화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권력을 김정은이 유지하든, 혹은 다른 어떤 이가 갖게 되던 자신들의 기득권에 크게 변화가 없다면 누가 지도자가 되건 무관한 일이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중국이 대표적이지만, 변화가 요구될 때는 과감히 지도자를 교체하는 아픔을 감수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왔다. 베트남이나 중국, 구 소련이 대표적 예이다. 지도자 및 일부 집권층이 권력을 잃는 아픔이 있지만 대신 다수의 인민들은 그로 말미암아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정은의 드러난 태도로 보아 변화를 기대하기란 무리인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대체로 등소평이나 고르바쵸프 등의 변화는 그들이 집권하자마자 마치 준비되어 있던 양 전개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변화란 그렇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타당한 연유가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우 지난 반년이 넘는 시간을 더듬어 보면 시간이 마치 정지된 듯 하게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정일 사후의 ‘김정일 없는’ 김정은 체제의 최측근 권력층들에게도 변화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확인 된 셈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생존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인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리다 가만히 앉아서 정권의 붕괴를 맞을 것인가. 여기서 북한 권력 엘리트들의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해외 사정에도 어느 정도 밝고, 내부의 문제점도 절감하고 있을 일부 북한 권력 엘리트들이 단합해서 과감하게 변화를 주도할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라. 지금처럼 극단적인 통제가 없이도 정치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끈 경험이 있잖은가? 대한민국은 시장 경제에 더해 복수 정당제와 민간 언론을 유지하면서도 독재정치 권력을 유지해 온 역사가 엄연히 있다. 그리고 경제성장도 동시에 이루었다. 지금 혹자는 독재 안했으면 훨씬 더 큰 성장을 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적어도 오늘 날 북한에게 비독재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이다.


야당이 너무 거슬리면 탄압하고, 언론이 가열차게 권력 비판적이면 문 닫게 하고, 국민들의 데모가 극심하면 잡아 가두는 것은 ‘시장 독재’에서도 있어왔다. 그렇지만 시장경제는 도입해야 된다. 시장경제 도입은 안에서만의 변화가 아니라 외부로의 개방을 수반한다.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개방은 동전의 양면이지 선별가능한게 아니다.


북한의 애국적인 권력엘리트들이여! 상부를 설득하여 시장경제부터 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물론 권력의 최정점은 교체되는 수가 있지만 그렇다고 권력집단 전부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아니라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자신들의 운명과 인민, 그리고 공화국의 운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