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黨) 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데 수 달간 공을 들여온 북한이 정작 개막일인 6일 오후 5시 현재까지도 당 대회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대내외 선전을 위해 이제까지 당 대회를 비롯한 공식 행사를 늘 생중계 방송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전날인 5일에도 각 도와 시, 군별로 6일 오전 9시부터 각 공장기업소 등 현지 행사장에서 당 대회 관련 보도 시청을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北당국, ‘黨대회 현지실황중계 시청 대기하라’ 지시”) 그러나 정작 조선중앙TV는 당 대회 생중계는커녕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서 영화나 문화 관련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특히 당 대회 개막과 함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등장, 장문의 평가 보고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6일 오전 북한은 두 명의 아나운서를 동원해 70일 전투의 성과 보고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 김일성이 전면에 등장, 그동안의 당 대회를 진두지휘 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던 당 대회 개막식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당 대회에 앞서 외신 기자 120여 명을 초대했으나, 200미터 접근 제한과 취재 중단 등을 통보해 현재까지 당 대회와 관련한 추가 보도들이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의 대대적인 선전과는 달리 당 대회를 규모 있게 치를 만한 준비가 덜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70일 전투’를 연일 강조,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공개적인 성과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6일 데일리NK에 “당 대회는 북한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로 김정은이 이런 정치선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건 큰 의문”이라면서 “이렇게 미적거린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거나 진행 절차상 예상치 못한 차질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당 대회 장면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당 대회를 진행함으로써 김일성과는 전혀 다른 통치 스타일을 강조, 나아가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간 북한은 당 대회를 비롯한 국가적 행사의 경우 일정과 장소 등을 사전에 공지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왔으나, 김정은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당 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한다는 것.
한 고위 탈북민은 “김일성은 당 대회 때면 9시 정각에 1분 1초도 늦지 않고 등장해 성과 보고를 했다”면서 “김정은은 이전의 통속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당 대회를 열겠다는 걸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신 기자 100여 명이 당 대회 취재를 위해 방북해 있고 국제사회도 온통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니, 김정은은 이를 기회로 삼고 ‘무언가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위세를 떨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시간 이어지는 당 대회에서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비롯해 준비 미흡으로 인한 착오가 전 세계에 공개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김정은은 올해 초 30분 분량의 신년사를 읽던 중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모습을 보여 건강 이상설 등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당 대회 보고는 신년사의 10배, 20배는 되는 분량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를 생중계로 낭독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불편해 보이는 장면을 전부 편집한 녹화본을 이례적으로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