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 22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군(軍)의 정치·경제적 역할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김정일 시대 ‘선군(先軍)정치’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선군정치’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고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원수님(김 위원장)이 수령님(김일성)께서 기치를 드시고 장군님(김정일)께서 계승 발전시켜오신 ‘선군정치’”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외에도 (김 위원장이) 직접 ‘선군정치’라는 언급을 수차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아버지가 내건 ‘선군정치’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나갔다. 지난 2016년 6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는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바꾸는 한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는 헌법개정을 통해 제3조의 ‘선군사상, 제59조의 ‘선군혁명노선’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이 같은 행보를 보였던 김 위원장이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갑자기 ‘선군정치’를 언급하자 회의에 참석했던 군 관계자들은 “장군님(김정일) 때를 계승하려고 하는 감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도 24일자 1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혁명무력 건설업적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는 사설에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시고 우리 군대를 무적의 혁명강군으로 키우시였으며 우리 조국을 그 어떤 침략 세력도 범접할 수 없는 자위적 군사 강국으로 일떠 세우시였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을 강조했다.
북한 매체가 선군정치를 언급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 28주년을 맞아 선대(先代)에 대한 우상화를 꾀한 것이지만 지난 22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발언을 사설에서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전반적 무장력’ 강화 대책 논의는 물론 국가 건설 사업에 인민군대를 주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의지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조국 보위도, 사회주의 건설도 인민 군대를 앞세워 전반적인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즉, 인민 군대를 중심으로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물론 경제 부문에 대한 발전도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 22일 확대회의 직후 관련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도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모든 지휘 성원들이 조국 보위도 사회주의 건설도 다 맡자는 인민 군대의 전통적이며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언급은 현재 상황에서 김 위원장 본인의 뜻을 관철시킬 만한 조직이 군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국방력 강화와 군 건설에 대한 동시 강조가 지난해 4월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핵·경제 병진 노선의 종결과 경제건설총력집중을 번복하고 이전으로 회귀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탈북민은 “조국보위도 사회주의 건설도 군이 다 맡자는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고 나가자고 한 것을 보면 더 적극적으로 건설 사업에 군인들을 동원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김정일 시대 때 군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사업이 결정되는 ‘선군정치’보다는 당은 지도하고 군대는 군사력 강화와 경제건설 실무를 집행하는 김정은식 ‘선군정치’를 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도 “선군정치 강조는 그동안 노동당 중심의 국가운영으로 서운한 감정을 느꼈던 군을 다독거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면서 “정상적인 국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아직 있다는 점에서 당 중심의 체제 운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