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生母·妻 모두 ‘예술단’ 출신 부담됐나

북한이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의 과거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북한 당국은 7월 이후 은하수관현악단 가수 출신인 리설주의 노래가 담긴 테잎, 알판(CD)을 일제히 수거하고 있다.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한 지난 7월 중순에는 자발적인 수거였지만 최근에는 ‘그루빠'(검열대)까지 조직해 강제로 수거하고 있다. 자발적 수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8일 내부소식통들에 따르면 중점 수거 대상은 리설주가 부른 노래 ‘소백수(小白水)’ 외에 그의 얼굴이 인쇄된 CD와 테잎이다. 한 소식통은 “평양 각 구역에 단속 ‘그루빠’들이 나와 리설주가 부른 노래 테잎을 모두 수거하고 있다”면서 “그루빠들이 시장에서 음반 판매 상인들을 단속하는 바람에 한 동안 소동이 일었다”고 말했다.


이미 주민들이 파악하고 있는 리설주의 과거 가수 활동 경력을 굳이 지우려는 배경에는 소위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갖춰야 할 ‘자애로운 어머니 상(象)’과 배치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가계 우상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리설주는 지난 7월 초 조선중앙TV를 통해 처음 선을 보였다. 김정은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부인을 등장시켜 이를 보완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김정은 시대 들어 내세우는 ‘인민애’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가정집을 방문해 손수 만두를 빚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 등도 자상한 지도자 이미지를 띄우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리설주가 김정은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개인적인 약점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 예술단 출신 경력은 소위 ‘위대한 어머니’라는 북한 퍼스트 레이디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한 김정은의 어머니도 만수대예술단 소속 무용수였기 때문에 어머니와 부인 모두가 연예인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고위 간부 출신 한 탈북자는 “주민들이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딴따라’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어머니라는 호칭은 불가능하게 된다”면서 “북한에서 신(神)적인 존재인 영도자에 대한 인식 추락도 시간 문제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직업적으로 연예인 선호도가 높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아직 낮은 편이다. 북한에서 예술 행위를 낮게 보는 경향이 강해 ‘딴따라’ 또는 떠돌아 다니며 연주와 노래로 돈을 버는 사람을 뜻하는 ‘풍각쟁이’로 부르기도 한다. 


일반 주민들이 주(周) 단위 생활총화를 하는 것과 달리 예술인들은 이틀에 한 번씩 진행한다. 자유분방한 사고 유입 가능성과 특히 남녀간의 불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리설주는 주민들에게 위대성을 선전할 만한 일종의 ‘히스토리’가 없는 것도 약점이다.


김일성의 첫 번째 부인 김정숙은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지로 추앙됐고, 두번째 부인 김성애는 6.25전쟁 시기 최고사령부 타자수 출신이지만, 주민들에게 ‘전쟁의 엄혹한 시기에 수령을 가까이 보좌했다’는 공적이 선전됐다. 


김정일은 복잡한 여성관계가 있었지만 이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다음 사후에 고영희를 퍼스트레이디로 내세워 고난의 행군을 함께한 ‘평양의 어머니’로 포장했다. 그러나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영희 동영상을 수거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 탈북자는 “최고지도자 배우자에 대한 행적을 포장하는 일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다기 보다 김정은의 전면 등장에 따라 급조된 상황에서 불거진 문제”라며 “로얄패밀리에 관한 사업이 이처럼 어설프게 진행된다는 자체가 김정은 체제의 허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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