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無배지·양복차림 신년사…밤새 연습한 듯 쉰목소리









▲지난 1일 2017년 육성 신년사 발표에 나선 김정은. 인민복이 아닌 검은 양복과 줄무늬 넥타이,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모습이다. / 조선중앙TV 캡쳐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3년 첫 육성 신년사를 공개한 후 올해로 네 번째 신년사 발표에 나선 가운데 옷차림, 목소리, 자세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검은 양복 재킷에 흰 와이셔츠, 줄무늬 넥타이, 그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채 등장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년사에선 늘 검정색 인민복을 입었다가 처음으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것. 외견상으로 볼 때 정장을 입은 모습이 인민복 차림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왼쪽부터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김정은-지난해 5월 제7차 당 대회 당시의 김정은-당 대회 후 첫 현지시찰 장소로 방문한 기계설비 전시장에서의 김정은. 모두 양복 차림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사진=노동신문 및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인민복이 아닌 양복 차림을 자주 공개하면서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행보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자리에서도 김정은은 검은 양복을 입고 등장했다. 앞서 지난해 5월 7차 노동당(黨) 대회 당시에도 김정은은 검은 양복을 입고 나왔으며, 이후 첫 공개행보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현지 시찰한 자리에서도 양복 차림이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새로운 ‘신년사 패션’을 두고 그간 ‘철없는 지도자’로 비춰졌던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복을 즐겨 입었던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해 권위를 세우려는 이미지 정치를 시도하는 동시에,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양복을 입고 나서는 해외 정상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데일리NK에 “사실 김정은의 외형 변화는 의미를 부여하자면 할 수 있는 것이고, 별 의미가 없다고 하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볼 일은 아니다”면서도 “김정은도 인민들에게 보다 정중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양복 차림으로 나선 게 아닌가 싶다. 시찰을 다닐 땐 양복이 불편하니 인민복을 입더라도, 회의나 행사 등 공개석상에선 보다 격식을 갖추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신년사 발표에 입고 나온 양복 재킷 위에 초상휘장(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았다. 김정은이 초상휘장 없이 신년사 발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김정은의 왼쪽 가슴엔 배지가 없다. 반면 부인 리설주를 비롯해 김정은과 동행한 간부들은 모두 배지를 단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표적인 우상화물인 초상휘장을 달지 않고 등장함으로써, 김정은이 할아버지·아버지의 후광을 지우고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2015년경부터 현지시찰에서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모습을 자주 노출시키고 있다. 다만 그 해 북한 체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에서조차 배지를 달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 할 만 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제7차 당 대회에선 배지를 달고 나왔다.


한편 김정은의 목소리나 자세에서도 여느 해보다 신년사 발표 준비에 주력한 흔적이 묻어났다. 올해 신년사 발표 중 김정은은 유독 낮고 쉰 목소리를 냈는데 신년사 원문 암기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한 흔적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신년사 영상에서 김정은의 낭독 장면이 공개될 때마다 김정은은 원고를 들고 줄줄 읽는 게 아닌 정면을 보고 흔들림 없이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다소 경직돼 보였던 지난 신년사 발표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신년사를 시청한 한 탈북민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불안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라면서 “원고지에 쓴 신년사 원문을 줄줄이 읽는 ‘무식한 지도자’가 아닌, 신년사를 몸소 이해하고 전달한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밤새 암기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자세 역시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듯 시종일관 곧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신년사들 발표와 같이 엉덩이를 뒤로 빼거나 짝다리를 집는, 혹은 불안정하게 상체를 움직이는 모습 등은 보기 힘들었다. 물론 이번 신년사 역시 녹화방송으로 추정되고 많은 장면이 기록영상으로 채워진 만큼, 김정은의 자잘한 ‘실수’들은 편집됐을 가능성도 있다.









▲왼쪽부터 2012년~2017년의 김정은. 2014년과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 사진=노동신문 및 조선중앙TV 캡쳐


등장 첫해인 2012년에 비해 체중은 부쩍 증가한 모습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2012년 처음 등극했을 때 90kg였으나 2014년 120kg, 2016년 130kg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다음해인 2014년부터 유독 체구가 커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 김정은이 간부층 균열이나 신변 위협 때문에 폭음과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