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김정일의 급사(急死) 이후 김정은 체제의 소프트랜딩(Softlanding,·연착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가장 큰 변수를 김정일 건강 문제로 꼽으며, 김정일의 조기 유고 시 권력 승계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이 향후 대내외 체제 위협요소를 극복하고 자신의 권력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사진)은 단기적으로 김정은을 비롯한 군·당 파워 엘리트들이 체제 안정에 주력해 북한 체제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소장은 이날 데일리NK와 전화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엘리트들 사이에서 알력 다툼이 가시화 될 수 있고 ‘김정일 때가 낫다’는 불만도 나올 수 있다”면서 “군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출세한 사람과 안 한 사람, 즉 작년 당대표자회서 제외된 사람들 사이에서 김정일이라는 절대권력이 사라지면서 이런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 소장은 “이러한 알력 다툼이 체제 불안 요소로 당장 이어질지 것인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외된 간부들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송 소장은 김정은이 체제 안착화를 위해 군 엘리트 중심의 통치 등 선군정치 강화 흐름을 택할 때 엘리트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서 당은 당대로 군은 군대로 역할을 하려고 할 텐데 그 과정에서 권력 쟁취를 위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군의 역할이 강조되면 당 간부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도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군 중심의 통치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정권 자체가 병영국가인 북한의 통치철학은 ‘군사 제일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력은 대남·대외 협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군사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모든 정치권력을 약화시킨다는 의미다. 선군정치는 폐기되기 어렵고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소장은 후견인 그룹 중에서 군 출신이 아니면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장성택을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서 핵심인물인 장성택과 이영호가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장성택 같은 경우 자본주의 사회 등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향후 불안요소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성택은 김정일이 있을 때는 몸을 낮춰 복종했다. (김정은 시대에도) 지금까지와 같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제는 안된다, 변해야 한다’는 본색을 드러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탈북자 北가족 엄청난 저항세력 될 수 있어”
그는 또 김정일이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를 위해 안전장치를 구축해 놨지만 오히려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를 위해 김정일이 고심 끝에 몇 명을 골라 구축했지만 이들 마음이 항상 한 덩어리라고 볼 수 없다”면서 “한 덩어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일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핵심 엘리트간의 다툼이 가시화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시대 주민들의 봉기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에 비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이 없는 상황이고 새 지도자인 김정은이 아직 어리고 정치적 경험도 없기 때문에 민중봉기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2만4천명에 이르는 탈북자와 연락이 닿는 가족·친지들이 저항세력이 될 수 있다”면서 “또한 만성적인 식량난, 경제난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
“체제안정 과시 위해 3차 핵실험 감행할 수도”
송 소장은 “김정은이 군사력에 오히려 집착, 향후 핵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동안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대외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적 지원을 받는 등 어느 정도 재미를 봤기 때문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시대 대남·대미 정책에 대해서는 “김정은 역시 ‘통미봉남’을 시도해 미국과 통하고 남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분쟁을 유발시킬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화 제스처를 보이는 한편,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실패를 강조하기 위해 강경책을 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