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 8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가운데, 이번 대북확성기 방송을 ‘북한의 핵포기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엔안보리 결의뿐 아니라 8·25 남북 합의를 위반한 만큼, 이번 대북확성기 방송을 북한이 핵 포기 관련 조치를 취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거의 없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주력해 왔으나 북한을 비롯해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로 사실상 6자회담이 유명무실화됐다. 하지만 작년 대북확성기가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지렛대’로 확인된 만큼,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前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8일 데일리NK에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것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내기 전까진 방송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군 당국이 우물쭈물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매우 잘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도 핵 실험 직후 대북확성기 방송이 바로 다시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 지금쯤 대응 방안을 두고 한참 연구 중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난 8월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당시 바로 준 전시상태로 돌입했다가 상황을 뒤집지도 못하고 끝난 북한으로서는 당장 이번 방송 재개에 크게 대응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때 마침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게 김정은 생일이라 북한에 주는 영향도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북한 체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미 확인되지 않았나. 이번에도 원칙대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대성 前 세종연구소 소장도 “이번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전 세계가 반대하는 핵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이라는 걸 본인들도 알 것”이라면서 “우리 측의 대응에 대해 북한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할 입장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소장은 “북한이 무력을 과시하면서 속 썩일 때도 많지만 사실 우리가 원칙적으로 나가기만 한다면 북한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대북심리전 방송을 북핵에 대응하는 하나의 비대칭 전력으로 삼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