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이 말하는 민족공조에 ‘이산가족·실향민’은 빠져 있나

평양정상회담 당시(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는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주면 구정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한가위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한국 사회는 벌써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남북한 사회 저변에는 명절 때만 되면 생이별의 아픔을 곱씹으며 그리움을 절절히 녹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산가족과 실향민이 그들이다. 지난해부터 유독 ‘민족’을 앞세우며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북한 당국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진정한 ‘민족대단결’을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기를 희망했다. 북한 매체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 화해와 협력 기조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에선 ‘민족 공조’를 대북제재로부터의 이탈과 남북경협의 재개로 해석하는 등 금전적 수혜만을 따지고 있다. 지난 28일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민족과 외세, 누구와 공조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남조선(한국) 당국은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에서 천명된대로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원칙에서 민족공조 실현에 발벗고 나서야 하겠으나 진부하게 유지되여온 미국과의 《대북정책공조》가 흐트러져 남조선 미국관계가 불편해질가봐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면서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에 확고히 서서 민족공조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얘기는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방안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에 묶여 온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며 한국이 국제사회 입장에 서지 말고 남북경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정한 민족 공조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나 매체에서 ‘우리민족끼리’ ‘민족대단결’을 말하려면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적 수혜만 바랄 것이 아니라 남북한 국민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통해 이질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민족동질성 회복으로 상징되는 이러한 방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남과 북에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에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5만 6890분이다. 이 가운데 80~89세가 2만 3569명(41.4%)으로 가장 많고, 70~79세가 1만 2743명(22.4%), 90세 이상도 1만 2391명으로 21.8%나 차지했다. 70세 이상 이산가족이 85.6%나 되어 이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이 통계가 지난해 5월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임을 감안할 때 8개월이 지난 현재는 더 많은 분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하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평생의 기다림을 외면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논할 수 있을까. 이벤트성으로 가끔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만족할 수 있을까. 그나마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도 기껏해야 1~2백 명 안팎으로 상봉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상봉 신청을 해도 선정되기는 ‘로또’ 당첨처럼 어렵다. 지난해 8월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 추첨 경쟁률은 무려 568.9대 1이었다고 한다.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이산가족들은 안타까움과 그리움만 더욱 짙어지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한으로 남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산가족뿐 아니라 실향민의 애틋한 향수와 인지상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도권에만 무려 450만의 실향민들이 있다. 이들은 명절 때마다 혹은 수시로 임진각을 찾아 절절한 고향바라기 심정을 달래고 있다.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아픔을 도외시한 채 스포츠, 문화, 예술 분야의 교류, 협력이 증진되는 것만을 두고 남북관계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북경협으로 북한 당국의 숨통일 트이는 것만이 ‘민족 공조’이고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부합하는 걸까.

다가오는 설을 맞아 김정은은 ‘진정한’ 민족 공조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가 진정 인민을 위하는 애민정치가라면 인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고통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에도 부합하고, 정상국가의 지도자에 걸맞는 태도다. 이번 설을 계기로 김정은이 이산가족 및 실향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과 설 연휴 계기 대대적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먼저 제안한다면 남북관계는 질적으로 더욱 큰 진전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