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들러리’되는 것 있을 수 없어, 방러 취소”

김정은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게 된 것은 북한의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30일(현지시간)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같이 전달됐다며 김정은의 방러 취소는 ‘북한의 내부 문제’와 연관된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 문제’가 러시아의 외교적 수사(修辭)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김정은의 방러가 취소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정원의 최근 보고에서처럼 ‘김정은이 올해 최고위급 15명 공개처형 진행’하는 등 내부 불안정성을 잠재우기 위한 공포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장기간 외유를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무대에 데뷔하려고 했던 김정은이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은 ‘얻을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인식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경제 분야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를 증진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북한 김정은이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구했을 것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핵 문제나 인권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 김정은은 이런 과정에서 대폭적인 경제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김정은은 향후 푸틴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이나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의 북중 정상회담으로 눈을 돌릴 것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해외를 방문해 얻고 싶은 것은 경제적 지원 보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국제 정치 흐름상 푸틴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런 식으로 김정은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단 김정은이 다자간 정상이 만날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되는데 이런 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까 괜히 웃음꺼리만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에 간다면 푸틴 대통령하고 정상회담도 하고, 다른 나라 정상들과도 단독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다른 정상 중에 한 명이라는 ‘들러리’로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김정은이 간다면 경제 지원에 대한 각종 보따리를 챙겨와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로 가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경호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도 아직 확고하게 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방러 취소의 가장 큰 가능성으로는 ‘신변문제’ 같은 보안이슈, 과잉충성 경쟁을 지목할 수 있다.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김정은의 방문을 노출해 왔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서 심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중국을 마치 기습작전을 하는 것처럼 방문했던 것을 고려해 봤을 때, 북한 내부에서 보안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고존엄’의 안위가 중요한 북한 입장에서 김정은의 경호팀이나 보위부등에서 과잉충성경쟁을 보이며 방문이 취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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