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국지전 혹은 전면전 통해 노리는 것

북한은 11일 오전 최후결전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3월 11일 바로 오늘부터 이 땅에서 간신히 존재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3월 도발은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경중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 김정은의 최종 명령이 무엇이고,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북한의 공격이 들이닥칠지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김정은이 서해 5도에서 재차 도발한다면 대규모 포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뢰를 통한 함정 파괴는 재차 시도가 어렵고, 함 대 함 교전은 승전 가능성이 낮다. 결국 가능성은 포격으로 기운다. 2010년 연평도에 170여 발을 쏘았다면 이제는 어떤 섬을 향해서도 그 몇 배를 퍼부으려 할 것이다. 몇 개 섬을 기동 점거하고, 파괴활동을 진행한 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서해 NLL 인근을 도발 지역으로 선택한다면 확전(擴戰) 가능성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북한이 마음 먹고 내륙으로 전장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공방은 여기에서 그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장사정포(방사포)를 발사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현재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배치한 장사정포 위력이면 2개 구(區)가 박살이 나고, 수천 명의 인명이 살상될 수 있다. 병원은 사상자로 넘쳐나고, 시민들은 극도의 혼란과 공포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명절이 아닌데도 지방으로 이동하는 행렬, 즉 귀성이 아닌 대규모 피란행렬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묻자. 북한은 왜 벼랑 끝 이후 협상으로 가는 기존 패턴을 뒤엎고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지속하는 것일까? 또한 김정은은 왜 유엔제재결의안 이전에는 워싱턴을 향한 핵 타격을 공언하고도 막상 제재결의가 나오자 그 공격 대상을 우리 대한민국으로 옮겼을까? 만약 북한이 그토록 핵 보유국 지위와 핵군축과 평화협상을 원한다면 미국을 향해 더 강도 높은 협박을 쏟아내거나 대화의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취한 조치는 정전협정과 남북간 모든 불가침 협정의 폐기이다. 그리고 11일이 지나면 한라산에 공화국 기를 꽂고 조국통일대전을 승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대남 위협의 배경에는 물론 핵무기 보유라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은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한반도 긴장을 격동시키는 이유를 유추해보자면, 하나는 정전협정 당사자가 미국이기 때문에 결국 도발은 미국의 양보를 향한 것이라는 논리적 귀결로 연결된다. 둘째는 미사일, 핵실험에도 부족할 만큼 내부에 자신의 군사적 리더십이나 뱃심을 과시해야 할 필연적인 사유가 있을 수 있다. 셋째는 대규모 도발을 통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그러나 정전협정 당사자가 미국이라도 교전의 당사자가 남측이기 때문에 이를 대미항전으로 포장하기에는 논리적 거리감이 너무 멀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이번 도발은 북한 내부와 남북관계에서 근본적인 판 갈이를 노린 싸움일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김일성은 6·25전쟁 당시 두만강까지 쫓겨갔다가 중국의 원조로 간신히 살아났지만, 결과적으로는 남로당 등 종파를 일소하고 장기 유일독재의 터를 닦았다. 또한 중국과의 혈맹 관계로 지금까지 정권의 생존을 담보해왔다. 김정은은 이번 도발을 계기로 전쟁을 지휘한 지휘관으로 입지를 분명히 하고, 남측에 물리적·심리적 타격을 가해 한반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경제 안보적 후원역할을 더욱 촉구할 것이다. 북한이 만약 한국과 바닥에서 다시 경쟁하자고 마음 먹었다면 북한의 공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도박은 두 가지 위험을 내포한다. 하나는 중국이 과연 북한의 기대대로 무력도발이나 전면전 발생 시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개입이나 휴전 중재에 적극 나설 것이냐는 점이다. 최근 중국 내의 북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중국 공산당 정치위원들의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지금까지의 행동은 ‘중국이 버텨줄 것이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새 지도부의 태도 변화, 국내외적 압력, 미국의 주한미군 후방 배치 등의 약속이 이뤄진다면 중국의 태도도 요지부동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도발에 승리하고도 국제적인 대규모 제재와 압력, 미국의 중국 단속,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상황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냐는 것이다. 북한은 서울 공격의 대가로 평양과 개성, 해주 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파괴의 충격보다 복구 여력이 더 큰 문제다. 북한 정부의 현재 재정 능력으로 빠른 시일 내에 몇 개 도시를 재건하고 경제를 정상화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5월 모내기 철까지 한 해 식량 준비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여기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전시태세에 쏟아 붓는다면 당장 내년 식량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매우 위험한 도박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다음 행동을 지켜봐야 도발 수위와 범위, 장기화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김정은의 추가 도발 위협이 상징적 수준에 머문다면 북한은 정상국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기회와 시간을 벌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바라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김정은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