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광명성3호를 발사하는 6가지 이유

I


지난 2월 29일 북한이 미국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에 합의한 지 보름 만에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2009년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상용위성’ 광명성 2호가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해 무슨 혁명가요를 지구로 송출하고 있다. 북한 지역에만 들리고 있다 하니 참 신기한 음악이다. 북한은 한국이 나로호 시험발사에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위성기술에 대해 논할 자격도 없다고 대놓고 무시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오는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에 맞추어 공식 데뷔를 할 모양이다. 지난 몇 달간 줄기차게 ‘역도 이명박, 남쪽을 깔아뭉개라!’고 떠들어 덴 것도 바로 이 데뷔 무대를 위한 백댄스였음이 틀림없다. 또 미국과의 이런저런 합의 역시 김정은의 나꼼수 데뷔를 위한 무대 장치였다.


물론 이번 광명성 3호 쇼를 단순히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으로 축소 평가하려는 북한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정권을 대변하고 그 이익을 옹호하는 조선노동당의 하청업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도대체 내부 결속을 왜 탄도탄으로 하는가? 그 비용으로 굶주린 인민을 김정은의 이름으로 배불리는 것이 내부 결속의 첩경일 것이다.


II


4년마다 돌아오는 미국 대선, 4년마다 돌아오는 한국 총선, 5년마다 돌아오는 한국의 대선이 올해 모두 동시다발 실시된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정치가와 국민들의 놀라운 건망증으로 인해 선거를 앞두고 적절한 미끼를 내밀기만 하면, 이른바 ‘팔아먹은 말을 또 파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정권은 잘 알고 있다. 미국에게 한국문제는 우선순위 목록에 없으며 미국은 그럭저럭 한반도의 현상유지 이상을 바라지도 희망할 능력도 없으며, 한국의 좌파에게 북한정권의 협상제안은 성령(聖靈)의 강림과 다름이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은 핵무기이건 대륙간 탄도탄이건 선거를 앞두고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야금야금 현실화할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북한은 한국의 좌파가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로 후안무치하게 국민을 호도하며,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유권자들이 더욱더 우파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반도에서 북풍(北風)이란 이제 북좌풍(北左風)이다.


조폭집단이 그렇듯이, 뭔가 사회를 생산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라고는 추호도 없는 북한정권은 외부세계를 뜯어 먹는 일에 수 천 명이 수십 년간 365일 매달리다 보니, 그 축적된 경험과 상상불허의 발상이 가히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점이 정권이 바뀌면 정보기관의 대북전문가들이 통째로 뽑혀나가는 한국과의 차이다. 


III


김정은이 4월 12~16일 사이에 광명성 3호, 즉 대륙간 탄도탄을 쏘겠다는 것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다:


첫째, 오바마 정권으로 하여금 어린 김정은으로부터 조롱을 받아도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점을 절감하게 만들어, 앞으로 미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그 어떤 주도권도 행사할 수 없음을 각인시킨다. 둘째, 오바마가 북한에 식량제공을 거부하면, 북한정권과 한국의 좌파는 미국이 약속위반, 적대행위를 하고 있다고 악다구니를 씀으로써 한국 내 반미감정을 고조시킨다.


셋째, 4.11 총선에서 배알도 체면도 지조도 없는 새누리당을 대북강경노선을 추구하는 ‘유신의 딸 박근혜의 정당’으로 몰아붙이고, 야당이 다시 한 번 ‘평화냐 전쟁이냐’라는 구호를 반복시킴으로써 야권연대의 막후 조종자 백낙청 교수 등이 주장하는 ‘반미친북 2013체제’ 실현을 위해 정권교체를 이룬다.


넷째, 탄도탄 발사를 ‘실용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는 북한정권의 주장을 한국의 좌파가 앵무새처럼 따라하게 만들어 이들의 종북정신을 노예수준으로 강화한다. 다섯째, 대륙간 탄도탄의 성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고 개선시킴으로써 핵개발과 함께 운반장치의 개발을 통해 핵보유국의 완전한 지위를 확보한다. 여섯째,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전을 성공시킴으로써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한다.


IV


그러나 김정은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후견자들의 가장 취약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김정일이 죽고 김일성의 헤어스타일과 오버코트를 흉내 내며 통치기반을 다지고 있는 김정은의 데뷔 무대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다면, 김정은이 받는 심적 타격은 가늠 불가능할 만큼 막대할 것이고, 장성택 등의 후견자 그룹 내에서도 심각한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북한군부와 외무성과 진짜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의 좌파에게 김정은이 갖는 위치는 ‘실패자’가 될 것이고, 한국 국민 일반에게는 ‘까불다 혼난 꼬마’ 내지는 ‘악동’으로 각인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정권 특유의 ‘깡다구’와 ‘말폭탄’으로 분식(粉飾)된 강성이미지의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금이 가, 김정은과 그의 후견자들은 이를 만회하려고 반드시 무리수를 쓸 것이다. 그리고 그 무리수는 아마도 김정은과 그의 일당의 꽃동산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린 김정은이에게 코를 비틀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다시 한 번 유엔제제를 들먹일 필요도 없고, 중국의 후진타오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다.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에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그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