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파격에 웃고 박수치면 그만일까

북한의 젊은 권력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하며 결연한 표정을 짓던 그와 릉라인민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며 활짝 웃는 그에게서 작지 않은 변화가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의 옆에 자리 잡은 부인 리설주를 통해 더 분명해진다. 생전에 부인과 동행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외부사회에 노출하지 않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부인의 이름을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유원지에서는 부인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가 외모나 행동거지에서 김일성을 따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러한 차별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김일성은 김구가 남북연석회의 참석 차 방문했을 때 옆 자리에 김정숙을 동석시켰다. 두 번째 부인 김성애는 외국 국빈 환영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리설주를 공개한 것이 여러 의도가 있겠지만 뭐든지 비밀리에 하는 것을 좋아했던 김정일 스타일에서 정상적인 지도자 행보로 옮겨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총연출한 것으로 보이는 이달 모란봉예술단 공연에서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키마우스가 등장하고 배경음악으로 영화 록키의 주제가가 나왔다. 예술단 소속 여성들은 짧은 미니원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젊은 김정은의 취향을 고려한 공연이겠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라’는 지도자의 지시가 없었다만 올리기 힘든 무대였다.


김정은의 변화는 단순히 이미지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개혁과 인민애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8일 농업개혁과 기업에 대한 국가 선투자 내용이 담긴 새로운경제관리 방침을 발표했다. 통제와 배고픔으로만 기억되는 김정일에서 인민경제를 돌보는 지도자로 복귀하는 일종의 ‘상징 변화’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는 외부 세계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북한의 개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 기조를 판단힉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2002년 7.1조치 이후 북한은 변화를 시도하다가도 조그만 장애만 조성되면 후퇴를 반복해왔다. 개인농이나 사기업을 동반한 경제개혁, 핵 포기나 통제 완화 등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한 개혁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개혁의 좌절은 김정은에게 더 큰 시련을 던져줄 것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근본적인 차이는 사실 권력 문제에 있다. 김정일은 탁월한 권력장악력을 유지했지만 김정은은 아직은 미완의 권력이다. 김정은이 다른 면에서는 아버지와 차별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권력 문제 만큼은 최대한 빨리 따라가야 할 과제이다. 


김정은의 이영호 숙청은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범 6개월만에 복수의 2인자 중 한 명을 숙청한 것은 권력을 조기에 장악하겠다는 조바심의 발현으로 비쳐진다. 김정은의 겉과 속은 그만큼 분열적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철옹성을 유지했던 김정일도 두려워했던 변화를 불안한 권력자 김정은이 추진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한계가 보이고, 불안해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