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안보만을 보장받으려 하는가

지난 4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미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미, 북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 의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체제안전 보장,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에만 온통 집중돼 있고, 미국에 경제지원을 바란 적이 없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김정은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미국에 보내 자신의 친서와 구두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에 발을 들여 놓은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차 천명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김영철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에 관한 미국의 확실한 보장을 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최대의 압박’이란 말을 쓰지 않고 싶다고 언급함과 동시에 회담이 잘 될 경우 종전선언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로 김정은의 메시지에 화답했습니다.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와 자신의 정권안보를 맞바꾸려는 거래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북한 당국이 비핵화를 실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되어 무너져가는 경제가 회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체제안전 보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나머지 경제제재의 해제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노동신문>은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경제적 지원을 바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5월 14일자 <노동신문>에서도 “남의 힘을 빌어 번영을 이룩해보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면서 자력갱생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판단 아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선 김정은의 정권 유지를 최대의 협상 의제로 부각시키려는 것입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이번 기회에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실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을 새로운 과정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정상회담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수차례 갖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2차 미북정상회담을 자신의 별장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를 성사시키려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경제제재의 해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 미국을 방문한 일본의 고노 다로 외무상과의 회동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경제 제재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고 한 얘기는 기존의 대북제재는 그대로 실행하면서 추가 제재만 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루더라도 미국은 북한 당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검증받기 이전까지는 경제제재를 풀어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을 보장받는 데에만 급급해서 종전선언, 불가침 선언, 미북 수교 등의 쟁점에만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북한 주민들이 그토록 바라는 경제제재의 해제를 통한 실생활 개선이란 염원은 또 다시 물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정권안보에만 매달리는 한,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