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식 통미봉남? 南 압박하며 美 눈치 살피기

‘홀로서기’ 시험대에 오른 북한 ‘김정은 호(虎)’의 대남·대외정책 윤곽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일부분 드러났다.  


지난해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시켜나가야 한다’ ‘북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하여야 한다’ 등의 대남 유화 메시지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우리의 존엄을 건드리고 북남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조정하는 반통일책동을 추호도 용납될 수 없다’ 식의 대결적 구호를 등장시켰다.


김정일 사후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한 외부 지원 확보를 위해 대남 관계 진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우선은 경색 국면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이같은 강경노선의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민족의 대국상을 외면하고 조의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해 나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라며 남한의 조의 대응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공동사설에서 “지난해에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진행하신 중국과 로씨야(러시아)에 대한 역사적 방문은 세계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보장하고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발전시키는데서 중대한 계기로 되였다”고 말하며 북러관계 개선 입장은 분명히 했다.


결국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미완인 상황에서 중·러를 제외한 대외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일각에서 천안함·연평도 도발 책임자인 김정일이 사라진 만큼 남한 정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제기됐지만 오히려 북한은 “역적 패당의 반통일적인 동족적대정책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벌려나가야 한다”며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 등 주요 정치 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현(現) 정부와의 대립각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은 보수 정권과의 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며 선거 정국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적극적인 햇볕정책 회귀 선언 등 야당에 대한 압박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공동사설은 이와 관련 10·4선언 5주년을 강조하며 “남조선에서 외세와 공조하여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사대매국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기 위한 대중적 투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정일 사망 민간조문단으로 방북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과 면담에서 6·15선언과10·4선언 이행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비핵화 등 핵문제와 미북관계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이와 관련 오히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AP통신은 평양발 보도에서 “북한의 올해 신년 메시지에는 그동안 관례였던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포함되지 않았고 핵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면서 “이는 북한이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과 계속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소개하며 “지난해에도 조중 사이에 수뇌회담이 열렸고 조선과 미국은 두 차례 고위급회담을 진행했다”면서 통일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조선의 노력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향후 식량지원, 추가적인 미북대화, 6자회담 재개 논의 등의 과정을 지켜보며 추가 대화 가능성을 점쳐보겠다는 유보적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