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벌써 1년 중 절반이 훌쩍 지났군요. 올해 상반기(1~6월) 당신의 동정에서 아주 특이한 경향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평양서 진행되는 대회, 전원회의, 강습, 확대회의 등 각종 회의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죠.
지난 1월에 있은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회의를 시작으로 3월에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 4월에 예전의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 ‘애국청년동맹’으로 명칭이 바뀐 청년동맹 제8차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당8차대회 기간 중인 1월 10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1차전원회의, 2월과 6월에 각각 2차, 3차 전원회의 등이 있었죠. 6월에는 사회주의여성동맹 7차대회가 열렸으며 7월에는 농업근로자동맹 9차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다소 특이한 것은 일부 특정 대회가 끝난 후 이어서 바로 며칠간 전문 강습(후속 대책회의)이 있은 점입니다. 역대 공화국 정치사에 이렇게 반 년(6개월간) 사이 국가 급 전문회의가 무려 10여 차례나 진행되었던 사례가 전무했지요.
참고로 제가 평양에서 살 때 있었던 큰 대회가 1980년 10월의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입니다. 그 대회결정 실행대로라면 전체 인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 입고 살아야겠죠. 지난 40년간 바뀐 것은 3대 수령의 이름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당신은 정말이지 언제, 어디서, 어떤 부류의 회의 참가도 그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간부, 당원, 군인, 청년, 여성, 소년단원(어린이) 등 각 계층 회의가 주기적으로 혹은 당신 의도대로도 임의 시각에 개최할 수 있겠지요.
황홀한 회의장에 들어서고 나갈 때 참석자들이 기립하여 당신을 향해 폭풍 같은 만세소리로 열렬히 환영을 합니다. 당신의 눈짓, 손짓, 몸짓에 수만의 회의참석자들이 획일적으로 움직이니 마치도 악단지휘자 같은 느낌도 들 것입니다.
회의장 상황은 또 어떻고요. 당신이 음주하고 참가해도, 불참해도, 회의 도중에 퇴장해도 누가 뭐라지 않겠죠. 특정 사안에 대해 제 마음에 안 들면 나이와 경륜에 관계없이 간부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찍찍하는 당신이고도 남을 겁니다.
그리고 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은 또 얼마나 가관인가요. 적게는 수천 명서 많기는 수만 명에 이르는 회의참석자 전부가 응집한 한 가운데 잠깐 앉거나 서서 찍는 당신의 기념사진 풍경은 정말이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죠.
사진 속의 사람들은 제 얼굴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과거 선대수령(김일성·김정일)은 기념사진 촬영 집단을 최소 수백 명씩 2~4개로 나눠 2~4회 이동하여 찍었는데 당신은 전혀 그렇지 않고 단 한 번에 마칩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제 30대 중후반의 젊은 사람이 그게 무슨 모습이요. 사실 선대수령들도 나이 60대 80대에 지금의 당신처럼 그렇게 회의를 좋아하거나 대회에서 참석자들을 무시한 한 번의 사진촬영 등 너무 게으르지 않았단 말이오.
지난 6월 29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있었던 정치국 확대회의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지요. 조선노동당 창당 이후 지금까지 76년간 야만적인 당신 족속이 펼치는 잔인한 독재정치가 ‘중대범죄’입니다.
간청하건데 평양서 당신 개인 만족에 그치는 형식적 회의놀음 이제 그만하시오. 세상 사람들이 많이 웃습니다. 그럴 시간이면 장마당이나 공장·농장으로 가서 배고픈 아이들과 노동자·농민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2021년 7월 5일 –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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