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55> 쿠웨이트 움알하이만 주택건설장

쿠웨이트타워 전망대. /사진=유튜브

김정은 위원장오늘 편지는 요 앞 편지(54화 평양출발 비행기에 탑승한 오늘)에 이어서 보면 됩니다당에 바치는 외화를 벌기위해 해외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실을 다소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내용이죠.

평양을 이륙한 비행기는 1시간 뒤 중국 베이징국제공항에 착륙했고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에 들어가 하룻밤 묵었지요익일 오전 공항으로 나와 비행기를 타고 쿠웨이트에 도착한 날은 1996년 11월 7밤 10시입니다.

마중을 나온 평양외국어대학 출신 통역과 함께 고용회사버스를 타고 1시간 뒤 도착한 곳은 움알하이만 지역의 신주택단지 건설현장목춘길(57세 당시조선광복건설회사 지배인(전 대외건설총국 양성처장)이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철조망이 쳐진 건설현장 중심 지역에 있는 1990년 8월 이후 걸프전쟁(7개월간당시 폭격을 맞아 폐쇄된 2층짜리 학교건물이 회사본부 겸 노동자숙소입니다한 개 교실이 1개 작업반원들의 숙소인데 개인용 침대 20여 개가 있지요.

다음날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현장에서 2~3층짜리 살림집건설 기초공사에 필요한 휘틀(거푸집)조립 작업을 했습니다이틀이 멀다하게 작업반장이 충성의 노동’(무보수 야근)을 하자고 선동하는데 이에 불응하면 반동이 된답니다.

아침조회와 저녁총화시간 지배인 동지가 수백 명의 노동자들 앞에 자주 섰는데 그는 지금 조국에서는 인민들이 고난의 행군을 하는데 우리는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배려로 외국에 나와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다고 했지요.

다소 사실이죠아침식사는 빵과 삶은 계란 1커피였고 점심은 자율로 담는 안남미쌀밥에 100g의 고기가 들은 소고기국반찬은 다꽝(단무지하나였죠저녁은 보통 반쪽계란과 소고기양배추김치 꾸미의 옥수수국수 배급입니다.

쿠웨이트에서 매일 먹는 소고기는 평양의 노동당간부도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지요그러니 그 비싼 음식 먹고 일이 힘들다느니월급은 언제 주느냐 등 어떤 불평도 하지 말라는 소리가 바로 조석으로 하는 목춘길 지배인의 훈시이죠.

2주 뒤 나와 함께 입국한 20여 명은 주재국법에 따라 현지병원 신체검사를 받으려 고용회사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죠신체검사 후 회사로 복귀하며 쿠웨이트타워 전망대 주변을 잠시 들렸고 공식외출은 이날 반나절이 유일했습니다.

조선광복건설회사를 하청업체로 둔 외국고용회사의 노동자들은 매주 금요일(주재국 휴일)이면 무조건 휴식합니다훗날 그와 관련해 회사에 불만을 제시하니 마지못해 2·4주 금요일 오후 반나절만 우리에게 휴식을 허가한 지배인이죠.

그 시간에 일부 노동자들은 전쟁폐허의 건물을 돌며 쓸 만한 가전제품을 고르고 대부분은 숙소에서 빨래를 하고 잠을 자든지장기와 주패(카드놀이)를 칩니다평양의 엄격한 지시에 따라 현지TV나 출판물은 절대 접할 수 없지요.

외국에서도 당정책학습 및 강연선서모임생활총화 등 평양서 꼬박꼬박 하던 정치사상 조직생활을 그대로 했습니다저는 그때야 비로써 알았죠. “공화국 공민은 해외 어디서든 반드시 평양생활 방식으로 산다는 것을 말입니다.

1996년 11평양을 떠나 철조망 속의 쿠웨이트 현지숙소로 밤 12시에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부터 건설노동현장에서 깊은 밤까지 일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가 외국이 맞는가공화국의 어느 지방도시가 아닌가?” 

 2021년 11월 22일 – 쿠웨이트 생활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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