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평양시 대동강구역 태생인 나는 12살 때 수령이 등장하는 1호행사인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1980년 10월) 경축100만 군중시위 학생소년단’ 대열에 참가하기 위해 5개월간 매일 7시간씩 고된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소는 평양시 문수거리 릉라동의 대동강변대로. 현재 옥류교 동쪽지역에서 청류다리까지 2km구간, 주체탑거리로 불리는 왕복 4차선 도로인데 주변 강변의 드넓은 공터를 보며 ‘이 명당자리를 그냥 비어두는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2011년 이후, 당신 시대가 열리며 그 노른자위 땅에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롤로스케이트장, 김일성화·김정일화 전시관, 대동강수산물식당 등이 생겼습니다. 대중의 눈에 잘 띄는 명당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기묘한 건축정치의 일환이겠죠.
여기서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소리 좀 하지요. 지난 2018년 7월에 성대히 개업한 2만4천㎡에 3층으로 이뤄진 고급음식점으로 한 번에 최고 1,500명의 손님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외관 모습은 강 위에 떠있는 유람선을 묘사했지요.
2층에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크고 작은 방과 수산물가공제품 매장도 있습니다. 3층 야외식탁에서 보는 모란봉, 5월1일경기장, 대동강풍경 등이 황홀하죠.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찾았던 식당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이름이죠. 현재 ‘옥류관’(대형 국수집) 근처에 ‘평양수산물백화점’이 있는데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평양수산물’이란 이름의 대형음식점이 2개 있는 거죠. 단지 대동강가에 있다고 그랬을까요?
그러면 2001년에 준공한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동에 있는 ‘대동강맥주공장’과 2011년에 건설된 삼석구역 농촌지역에 있는 ‘대동강돼지공장’은 대동강과 무슨 연관이 있죠? 물론 ‘대동강’ 이름은 지역과 상관없이 쓰는 고유명사입니다.
제가 말하자는 것은 좀 다른 의미랍니다. 선대 수령들(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생긴 그 유명한 ‘옥류관’, ‘청류관’(보통강변의 대형 종합식당) 이름에 비해 당신 시대의 ‘대동강수산물식당’ 이름은 독창성이 전혀 없고 촌스럽다는 것이죠.
하여 건의해봅니다. ‘옥류관’(玉流館)이 구슬 같은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 ‘청류관’(靑流館이) 푸른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이라면, ‘대동강수산물식당’을 귀한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이란 뜻에서 ‘금류관’(金流館)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현대적인 시푸드 레스토랑 ‘금류관’ 주변에는 ‘금수산’(모란봉)과 ‘금릉동굴’(릉라다리 서쪽에 있는 터널) 등이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면 옥류관, 청류관에 이어 모두 강변에 위치한 평양의 3대 대형음식점이 되겠지요.
김정은 위원장! 이건 아시나요? 평양의 고급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안내표(티켓)도 당신의 배려로 받는 10%의 인민들이고 20% 인민들은 몇 년에 한두 번, 70%의 인민들은 식당 문 앞에도 못 가보는 가련한 삶을 사는 것 말입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건축물에 이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까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당신 김 가 수령족속의 그 야만적인 통치체제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는 것도 좀 아시오. 그래서 유지되는 3대 계승독재 사회이겠지만 말이죠.
당신 입버릇처럼 말로만 ‘인민의 어버이’요, 뭐요, 하지 말고 공화국 과반의 인민들이 멀건 죽을 먹고 산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혼자, 기껏해야 1%의 인민들인 당과 국가의 간부들과 호의호식하지 마시고.
2021년 7월 19일 –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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