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오늘은 무려 35년째 건설 중인 평양의 ‘105층 류경호텔’ 소리를 좀 합니다. 그 곳에서 다소 가까운 지역에 내가 1988년부터 5년간 근무했던 평양시 보통강2동 소재 사회안전부(남한의 경찰청) 건물관리소가 있지요.
‘류경’은 버드나무가 많은 평양의 옛 이름. 그 시기 당에서는 “남조선(남한) 서울에 63층 건물이 있는데 우리 평양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105층 호텔이 생겨나며 앞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물밀 듯이 몰려온다”고 했습니다.
지하 4층, 지상 101층, 높이 330m, 객실 3,000개의 일명 ‘백공오호텔’은 원래 100층으로 설계했으나 2대 수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설을 맡은 ‘105청년돌격대’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105층으로 하라”고 특별히 지시했습니다.
지난 1987년 8월에 착공하여 잘 진척되다가 2년 뒤부터 지지부진했지요. 이유는 평양서 있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년, 사회주의나라 청년단체축제)에 거액이 들었고 급기야 프랑스 건설기술진이 계약불이행으로 철수했지요.
이후 초대수령 김일성 주석 생일 80돌(1992년)에 맞춰 준공하려했으나 공사금액 때문에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2018년 호텔건물 외벽에 야간 불장식(LED조명)을 설치했으나 내부공사 완공과 준공소식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 혹시 알고 있나요. 해외언론이 평양의 ‘105층 류경호텔’을 “인류역사상 최악의 건물” “지구상 최대건축물 쓰레기”로 부르는 사실을. 내보기에 설령 호텔이 완공되더라도 현 체제에서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지요.
현재 평양에 고려호텔(45층), 서산호텔(30층), 양각도호텔(47층), 청년호텔(30층), 양강호텔(14층) 등이 있습니다. 제가 평양에서 밤에 본 고려호텔 창가에 불 켜진 방은 30% 정도였지요. 객실이용률 연평균 30%라는 소리입니다.
기존의 7~8개 국제호텔도 다 사용 못하는데 무슨 3,000개 객실의 류경호텔인가요. 고작 특정시기 중국, 러시아 단체관광객이 대부분인 평양의 폐쇄적 관광정책을 보면 말입니다. 그리고 호텔은 외부보다 내부에 더 많은 돈이 들지요.
그나저나 당신은 남조선 서울서 2016년에 준공한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아시나요. 지하 6층, 지상 123층, 높이 554.5m, 세계서 5번째로 높은 건물. 그것도 국가가 아닌 남조선 경제계 5번째 순위의 한 민간기업서 건설한 겁니다.
오늘날 공화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경쟁력을 가진 부문이 바로 1당 정치, 완벽한 수령(대통령) 추대입니다. 노동당의 선전대로 “세계 각국이 골칫거리로 매우 어려워하는 수령 선출문제를 완전무결하게 해결한 위대한 나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내가 특별한 제안을 하지요. 현재 야간 불장식 용도로만 쓰이는 ‘105층 류경호텔’의 이름을 <김일성백대기념탑>으로 바꾸시오. 원래 호텔로 지었으니 50층까지는 평양서 자주 열리는 각종 대회참가자 전용숙소로 하시오.
50층 이상에는 김일성 정권 탄생부터 오늘까지 3대 수령체제를 공고히 발전시켜온 역사를 생동하게 집약해놓은 기념관으로 사용하면 되겠죠. 아마 프랑스 파리개선문보다 큰 평양개선문과 더불어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최초 3대 수령정권 기념타워, <김일성백대기념탑>을 준공하여 김일성의 후손 수령체제가 4대, 5대를 지나 백대까지 갈 거라고 온 세상에 자랑하시오.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최고의 독재자임을 한껏 뽐내란 말입니다.
2021년 10월 5일 –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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