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트럼프, ‘미흡한 합의’ vs ‘의지의 투합’

북미정상회담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Kevin Lim/THE STRAITS TIMES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던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기대수준에 못 미쳤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으나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갖은 난관을 무릅쓰고 개발한 핵을 포기하게 하는 문제가 간단한 것이 아닌 만큼, 비핵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은 회담 직전까지 계속된 미 고위당국자의 언급 때문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틀림없이 논의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시간표가 마련될 것 같은 암시를 줬는가 하면, 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라며, CVID가 합의문에 명시될 것처럼 언급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CVID’도 ‘비핵화 시간표’도 언급되지 않음으로써,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은 북미 간 후속협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북한 내 의심시설에 대한 특별사찰과 핵시설 폐쇄, 핵물질과 핵탄두 반출 내지 폐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등의 조치를 언제 어디까지 실행할지, 또 미국이 제공해야 할 체제보장 조치와의 선후관계를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후속 합의가 마련돼야 되게 된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 간 후속 협상을 이른 시간 내에 개최하기로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날 저녁 늦게까지 진행됐던 실무협의에서도 타결 짓지 못했던 사안들을 앞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북미 정상 간 의지의 투합

물론, 이번 북미 간 합의는 이전 합의들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나 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합의문에도 나와 있듯이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직접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했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한반도와의 관계가 과거와는 굉장히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며, 북미관계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전의 합의들이 아랫단계에서 이뤄지며 고비 때마다 난관을 뛰어넘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면, 이번 합의는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 간에 이뤄지면서 후속 협의를 가속화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비핵화의 후속 조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 있어보지 못했던 국면으로의 질적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흡한 합의’ vs ‘의지의 투합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른 감이 있다.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드러난 합의문 자체는 기대에 미흡하지만, 북미 정상이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측면에서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발전돼나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합의문’이라는 실체화된 문건에 비해 사람의 ‘의지’는 보다 가변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북미 두 정상이 관계개선의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따라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고 북미관계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두 정상의 ‘의지’가 구체적이고 명문화된 ‘합의’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흡한 합의’를 북미 정상 간 ‘의지의 투합’으로 극복해내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에는 적어도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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