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發 노병은 떠나라?…’명예당원증’ 교부

올해 초 북한 노동당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일 정권은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만 60세 이상 남성당원과 만 55세 이상 여성당원을 대상으로 기존 당원증을 ‘명예당원증’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사실상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해 노(老)당원들을 강제 은퇴시키는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는 당중앙위원회 명의로 내려졌지만 내부에서는 김정은이 ‘나이 든 사람은 정치생활을 관두게 하자. 나이 어린 간부들이 기를 펴고 살아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시가 내려진 지 한 달여 만에 중앙당을 비롯해 지방당 시·군 구역당(區域黨)까지 빠르게 집행됐다.


‘명예당원증’을 교부받은 일반 당원들은 기존 거주하고 있는 동에서 주(週)·월(月)·분기(分期)별로 진행하던 생활총화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수시로 진행되는 조직별 학습, 당원 강연회, 문헌학습, 지시문 전달 등 당원 모임에도 빠질 수 있게 됐다.


또한 ‘명예당원증’에는 당비수납을 기록하는 공간이 없는 등 매달 월급의 2%를 바치던 당비도 면제됐다. 그동안 노간부들은 배치된 기업소 등이 원자재 부족으로 운영되지 않을 때에도 당비를 꼬박꼬박 내야 했고, 퇴직(보통 60세) 후에도 해당 당조직에서 책정한 당비를 납부해야 했다.


다만 김일성·김정일 생일 축하 기념행사나 보고회 등 주요 행사에는 참여해야 한다고 한다.


일반 명예당원들은 대체로 조직적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평안도 소식통은 “당시 조치로 노당원들 사이에 ‘위대한 장군님의 또 하나의 배려’라는 말들이 돌았다”고 전했다.


반면 노간부들에 대한 갑작스런 배척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늙은 여맹(민주여성동맹)은 없냐’면서 자기 스스로 관두겠다며 총화에 대충하거나 강연회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당중앙위원회, 내각 및 중앙기관의 국장·부국장 등 간부급 당원들은 행정적 직무는 유지하고 있어도 당적인 발언에서는 위축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실제로 당내 지위가 갈수록 ‘유명무실화’되면서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2011년 5월 탈북)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은 시대가 됐으니 ‘노병(老兵)은 떠나라’는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같은 조치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재편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60~70대 노간부들을 권력 일선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동시에 40~50대 간부들을 대거 요직에 등용해 김정은 지지 세력을 확장·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더불어 지난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1차 권력재편을 마친 후 수개월이 지난 후 지방 노당원들을 은퇴시키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한 것은 지방권력의 재편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수순으로 읽혀진다.


이에 대해 내부 소식통들은 “김정은의 후계 놀음과 관련이 있다”며 “김정은의 나이가 매우 어려 중앙당 요직과 군부 상층부의 거두들을 무력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특별한 명분 없이 ‘명예당원증’을 수여해 당과 군에서 발언권이 없는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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