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式 탈북봉쇄 정책, 자유갈망 北주민 마음 돌릴 수 있나

올 한해 해외 파견 종업원 집단 탈북부터 고위급 외교관 망명까지 이른바 ‘탈북 러시’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김정은 역시 일종의 ‘포괄적’ 전략을 구사하며 탈북으로 인한 체제 불안정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탈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국경봉쇄와 감시·통제를 한층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탈북민 가족에 대한 처벌 빈도를 줄이고 탈북민의 재입북을 유도하는 등 다중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데일리NK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국경연선(沿線)에서 탈북하려는 주민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경고 없이 사격하라는 지시를 국경경비대에 하달했다. 내부 주민들에게는 ‘천만금을 들여서라도 탈북행위를 막으라’면서 탈북 시도자를 사전 신고할 시 500만 원(약 60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중국 공안(公安)에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면서 탈북민에 대한 추적을 촉구, 최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서 탈북민 38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중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을 포섭해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가려는 북한 주민을 발견시 즉시 보고하라는 ‘반탐’ 임무까지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탈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국경지역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반대로 이미 벌어진 탈북 사건에 대한 당국의 후속 조치는 과거에 비해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북민 가족에 대한 대우다. 과거 탈북민 가족들이 ‘연좌제’에 의해 처형되거나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탄압받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추가 탈북 가능성에 따른 감시만 이뤄질 뿐 가혹한 처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 7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형으로 알려진 ‘태형철’도 처벌은커녕 여전히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직을 맡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동아일보 보도). 태영호의 탈북 사실마저도 주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 당시, 황 전 비서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3대를 멸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가족을 내세워 탈북민의 재입북을 유도하는 ‘회유나 협박 정책’도 두드러진다. 대내외 선전 매체를 동원해 탈북민을 ‘반역자’ 등으로 비난하던 데서, 최근에는 탈북민 가족들을 전면에 내세워 재입북을 눈물로 호소하게 하거나 탈북을 남한의 납치극이라고 주장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정을 방문해 ‘조국으로 돌아오면 다 용서해주겠으니 가족을 돌아오게 하라’고 회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같은 김정은의 다중 전략은 노골적인 탄압만으로 북한 주민의 민심 이반과 탈북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3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모든 친인척을 숙청·처형하면 북한에서 남아날 주민이 거의 없을뿐더러, 되레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했던 주민들에게까지 탈북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꼴이 되기 때문.


또 김정은이 인민애 선전으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상황에서 탈북 가족까지 엄하게 처벌할 경우, 역으로 공포정치로 인한 민심 이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탈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국경봉쇄나 감시, 반탐 등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두만강을 건너 남양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주민 2명이 국경경비대의 경고 없는 총격에 사망한 사건(▶관련기사 : “탈북시도 北주민 2명 국경경비대 총격에 사망”) 역시, 이들을 ‘시범겜(본보기)’으로 삼아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만 탈북 방지를 위한 김정은식(式) 탈북 봉쇄 전략이 최근의 탈북 증가 추세를 쉽게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많다. 국경지역에서의 가혹한 통제로 탈북 시도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더라도, 체제에 대한 불신과 지도자에 대한 반감 등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탈북 러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고위 탈북민은 9일 데일리NK에 “김정은 집권 초기에 지금보다 통제와 감시가 더 강했지만, 탈북이 줄어드는 것도 그 때뿐이었지 지금은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면서 “특히 요즘의 탈북은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감시와 통제, 혹은 회유라는 방법들이 북한 사회에 환멸을 느껴 탈북하는 이들의 발길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강화된 통제도 서서히 풀려가게 될 것”이라면서 “탈북을 막아야 할 국경경비대도 그간 (도강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돈을 벌어왔는데, 경제가 나아져 이들이 배가 부르지 않는 한 국경지역 통제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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