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式 세외부담 모순?… “농촌지원 트랙터 구매비 주민에 전가”

소식통 "지역 농촌 활성화 주문에 주민 부담만 늘어"...'세외부담 척결' 공염불 되나?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농촌 지원 독려를 위한 ‘전시회’가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농번기를 맞이해 농촌 지원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지원품 구매에 필요한 돈을 주민들에게 강제로 징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시, 군당 책임비서 강습에서 농촌지원을 말로만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진심으로, 실질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됐다”며 “이에 시 인민위원회가 농촌에 보낼 뜨락또르(트랙터)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무조건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4일에서 6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제1차 시, 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열었다.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강습회 이틀 차인 지난 5일 오수용 노동당 경제비서는 지방경제 발전을 강조하며 농촌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다지는 사업을 실속있게 지도하라고 주문했다. 매체엔 농촌지원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강습회에 참여했던 책임 비서들이 농촌 지원용 트랙터 구매에 필요한 돈을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책임 비서들에게 농촌 지원 물품을 할당하면서 트랙터도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식통은 “해마다 봄철이면 농기구 전시회를 하고 삽, 곡괭이, 망치, 쇠스랑 등 농기구와 베어링, 치차 등 일부 부속품을 마련하여 보내는 것이 연례행사다”면서 “그런데 뜨락또르까지 사서 보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트랙터 부속품을 농촌지원에 내놓는 경우는 있었지만 트랙터 구매를 위해 돈을 걷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경우라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에서 트랙터는 국가가 협동농장에 배속시킨 고정재산이다. 트랙터의 소유권은 국가에서 가지고 있으며 농장은 이용권만 가지고 있다. 국가에서 생산해 협동농장에 공급해야하는 트랙터를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빌려 생산해야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부품값만 내던 세외부담이 트랙터 구매로 커져버린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경제 사정에 세외부담마저 크게 늘어 주민들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초기에는 주민들의 자원(자발적 참여)에 맡긴다고 해놓고 점점 강제의 도수를 높이고 있다”며 “일부기업소 책임자들은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세외부담 행위 척결’을 강조한 것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당대회에서는 세외부담을 척결을 이야기하고 강습회에서는 사실상 부담을 늘리는 지시를 내리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른바 국가지원을 할 수 없는 열악한 경제 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한 트랙터
지난 11일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온 트랙터. 바퀴에 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아 있다. /사진=붉은별tv 유튜브 캡처

한편, 타이어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지원용 트랙터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조선중앙TV에는 와우도구역 대대남새전문협동농장의 농기계 전시 관련 소식이 보도됐다. 그런데 이날 영상에 트랙터는 상당수는 바퀴의 트레드(Tread)가 완전히 마모돼 홈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트레드가 50% 이하로 마모되면 성능이 급감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트랙터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농경지에서 주로 운행된다는 점에서 제대로 이동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방송에 나오는 트랙터의 바퀴 상태가 심각한 점으로 미뤄 보아 북한 내 타이어 생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지는 북한에 원자재 부족 문제가 심각하며 자동차 바퀴를 생산하지 못해 상품을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北 자동차공장, 타이어 없어 차 출하 못해…원자재 부족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