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式 경제개혁 가시적 조치 언제 나오나

북한 경제개혁의 핵심은 사유화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전에도 중국과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라선과 황금평 등에 특구를 만들어 선별적인 개방을 추진해왔지만 눈에 띄는 내부 개혁조치는 거의 없었다. 화폐개혁 이후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개장 시간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확대한 정도다. 


북한에선 배급제를 대체한 시장을 제외하고는 농업이나 기업 운영에서 사유화는 원천적으로 금지돼왔다. 국민 경제(제1경제)보다는 수령과 군 경제(제2경제)를 우선하는 정책은 여전하다. 선대의 유훈 계승을 앞세우고 있는 김정은이 주민 의식변화를 가져올 ‘사유화’와 같은 ‘위험한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의 거침 없는 경제개혁 관련 있따른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최근 김정은이 향후 국가 운영에서 경제를 앞세워 나갈 것이라고 전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김정은의 최근 발언은 핵무기 보유를 확정 짓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2월9일 당중앙 부부장들과의 만남에서 “인민생활 문제를 반드시 풀고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게 하는 것이 나의 의지이고 목표”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4월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당 중앙 책임간부들에게 한 연설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여기서 “인민생활을 개선하고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식량문제를 되도록 빨리 해결하고 경공업 분야를 부양하여 북한을 지식경제형 강국으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내부에서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개혁·개방 발언, 인민을 챙기는 모습이 연출 됐을 것”이라며 “자의든, 타의든 북한은 개혁·개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정책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김정은의 1월 28일자 발언록에는 “경제분야의 일꾼과 경제학자가 경제관리를 ‘이런 방법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도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 의해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을 받기 때문에 경제관리에 관한 방법론에 의견을 갖고 있어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북한에 최근 경제개혁을 위한 지도소조가 설립됐는데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농업개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이는 최근 김정은이 모든 경제 문제를 내각으로 집중시키라는 지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제 내각으로 경제 중심을 옮긴다면 대외무역과 외화벌이를 관장해왔던 군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에서 내수경제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성장세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에서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발표된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오라스콤, 평양 10만호 건설 등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호황을 누리는 상원시멘트의 성장이 내수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도 주민들에게 손에 잡힐만 한 조치로 이어지지 않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애도기간 통제조치와 국경 밀무역 단속은 시장을 적지 않게 위축시켜왔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내려온 김정은 3, 4월 지시문을 분석해보면 “과학적인 농사기법으로 정보당 알곡 수확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3월11일)” “과학적 농사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4월 14일)”고 강조하지만 농장관리 개혁 관련 언급은 한 차례도 없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배급량 확대도 황해남도 아사 사태 발생에 비춰볼 때 평양과 특권층에게만 해당됐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군대의 횡포에 농장원들의 식량난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 출범이후 개방·개혁과 관련된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혁·개방 움직임은 없었다”면서 “선군경제를 포기하거나 시장 경제를 북한 내 경제시스템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는 한 북한의 개혁·개방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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