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이 국방위원장직을 대행하고 있다고?

북한 김정일의 후계자로 유력한 3남 김정운(26)에 대한 각국 정보기관과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김정운이 후계자로 사실상 지명됐음을 시사하는 내부 소식통 및 김정남의 증언, 그를 찬양하는 강연과 노래, 구호들도 잇따라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지나친 취재 경쟁 때문인지 일본 모 언론사는 김정운의 최근 사진이라며 한국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특정인의 사진을 게재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러나 다른 일본 언론들은 김정운이 유학한 스위스 베른에서 집요한 추적을 통해 그의 십대 시절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는 성과도 보여줬다.

김정운이 지난달 10일경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과 김정운 측근들이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시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김정운에 관한 이러한 소문에 대해 ‘007 소설 같은 작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부인했다.

최근에는 김정운이 북한의 최고권력을 상징하는 국방위원장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또 현재 김정운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세력은 바로 평양제1중학교를 졸업한 북한의 신흥 엘리트들이라며 전문성에 외국어와 예체능 실력까지 겸비한 천재들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보도는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을 만나 사건 전말에 대한 진실을 들어보지 않는 한 일일이 추적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각 언론사들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최소 2명(지역과 신분이 다른) 이상의 정보원을 통해 교차 확인을 시도하거나 이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타당성을 선별해 기사를 게재한다.

데일리NK는 올해 2월부터 ‘새별장군(샛별장군이 아님)’으로 호명되는 아들이 후계자 등극을 위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는 것을 여러 통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새별장군은 김정남이나 김정철 둘 중에 하나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이 신년사 분석 등을 통해 정운 후계설을 주장한 데 이어 연합뉴스가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대북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정일에서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에 대해 전문가들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5월을 지나면서 북한당·군·보위기관 간부회의와 강연에서 후계자로 김정운이 확정됐다는 강연이 잇따라 이뤄졌다.

김정운의 실명은 드러나 있지 않지만 그를 상징하는 ‘김대장’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구호와 노래까지 불려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후계지명은 사실로 굳어져갔다. 이제 북한 주민들도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한다.

이제 언론의 관심은 김정운이 어디에서 무슨 직책으로 후계수업을 받고 있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식 선포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또한 만약 김정일의 갑작스런 유고 시 후계 작업을 위해 어떤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김정운 후계자 지명을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당국이 후계자를 내부적으로 공식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군과 당 간부, 교육기관을 통해 사실상 관련 사실을 유포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서 김정운이 후계자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당국은 이를 통제하지 않았다.

후계 지명 이외에 김정운이 현재 어디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활동하고 있으며 언제 후계를 공식화 할 것인지는 북한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후 김정운과 관련해 쏟아지는 정보들은 내부 소식통을 통해 검증하기 어려운 제보나 추측에 가까운 증언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정운이 김정일을 대신해 국방위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아직 섣부르다. 김정일이 건강문제 때문에 후계작업을 서두른다고 해도 엄연히 수업 중에 있는 김정운이 권력 운용을 좌지우지하는 군 인사를 당 조직지도부를 대신해서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은 아직 믿기 어렵다.

국방위원장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방위원장은 사실상 대내외 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지위다. 특히 핵과 대남, 대미 문제는 북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일이 직접 관장해온 사안이다. 아직 정책 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김정운이 여기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어린 나이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사실상 유고에 버금가는 건강 문제를 노출한다면 김정운이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형식적인 결정자 역할을 해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의 현지시찰 소식이나 정보기관의 분석에서도 이러한 갑작스런 건강 악화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김정운에 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봉건체제의 후계책봉에 대한 말초적 관심보다는 북한 3대 세습 과정이 대내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러한 봉건적 독재체제가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내외에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돌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사람이 몇 백만 명 굶어 죽어도 끄떡하지 않는 김정일인데 세습제를 3번 하든, 4번 하든 마음대로 정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그게(후계자가) 누구든 김정일과 같은 자라고 보면 될 일을 가지고 세상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에서 과거 김일성-김정일로의 권력 세습과 다르게 현재 대내외적 정치 경제적 불안 요인이 워낙 광범위하고, 김정일의 건강이 향후 5년을 장담하기 어렵고, 강경 일변도의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중국의 인내심에 한계를 시험하고 있어 북한의 위기가 전반적으로 가속화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의 대비와 함께 북한의 체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누어 진행할 수 있다. 김정운을 특이한 3남 후계자라는 관심보다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의 변화를 불러올 촉매제라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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