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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청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북한 국적 남성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 4명의 신원을 19일 추가 공개했다. 17일 밤 체포된 리정철(46세)을 포함해 최소 5명 이상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김정남 암살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노르 라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일주일간 수사한 결과 네 명의 용의자가 추가 파악됐다. 현재 경찰이 적극 수사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북한 국적 추가 용의자 4명은 모두 김정남 피살로부터 한 달이 채 되기 전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리지현(32세)은 이달 4일에, 홍송학(34세)는 지난달 31일에, 오종길(55세)는 이달 7일에, 리재남(57세)는 이달 1일 말레이시아에 들어왔다는 것.
특히 이들은 모두 피살 사건 당일 출국했으며, 외교관 여권 등 특수 여권이 아닌 일반 여권을 소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체포된 리정철은 지난해 8월 6일 입국해 쿠알라룸프르의 한 IT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i-Kad’가 위조된 것인지 수사 중이다.
이밖에도 이브라힘 부청장은 북한 국적의 50세 남성 리지우와 신원 확인이 안 된 두 명의 북한인이 이번 사건에 가담했다고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앞서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7세)와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세), 그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무함마드 파리드 잘랄루딘(26세)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신원이 파악된 김정남 피살 사건 연루자들은 모두 북한 국적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이브라힘 부청장은 시신 인도 절차와 관련 “시신을 통해 신원 확인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면서 “북한 관계자가 시신을 확인하기 전에, 가족이나 친지가 먼저 시신을 확인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지가 말레이시아 경찰을 찾아 와서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시신을 보겠다는 가족이나 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사망자 가족이나 친지의 소재지를 수소문 중”이라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가족이 나타나 시신을 직접 확인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대사관 측에 먼저 시신을 공개하거나 인계할 계획은 없음을 못 박은 셈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재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함께 수사 중이라고도 밝혔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암살 배후나 동기 등 자세한 사항은 용의자 신원부터 정확히 확보해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인터폴 및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주변 국가 경찰에게 협조를 구한 사실은 없지만, 필요시 협조토록 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단독으로 인터폴과 수사 중임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부검 결과에 대해 이브라힘 부청장은 “아직 의료진으로부터 공식 부검 결과를 받지 못해 정확한 사인을 말씀 드릴 수는 없다”면서 “대단히 중대한 살인 사건인 만큼 가급적 모든 측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 시신 부검에 들어간 바 있다.
그는 이어 “현재 사망자의 DNA 샘플을 독성 학자에게 보낸 상태다. 학자들이 관련 연구소에서 분석 중”이라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부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망자가 김정남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DNA 등을 확보해 신원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사망자의 서류나 여권에는 성명이 ‘김철’로만 나와 있어 기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신원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대사관에 이름이 ‘김철’이라 기재된 김정남 여권을 보내 위조 여권인지 여부를 파악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추가적으로 밝히는 등 예상보다 진전된 수사 상황을 보여줬지만, 현지 언론 등이 보도하는 내용들에 대해선 공식 확인을 피했다. 또 용의자들이 북한 당국이 파견한 공작원들인지, 암살이 전문 킬러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삼갔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현지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은 모든 사실이 확인된 후 말씀 드릴 것”이라면서 “경찰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이나 억측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